매일신문

'최저임금제'… 아파트 경비원들엔 '칼바람'

시급 3,456→4,580원 내년부터 전면 시행…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 현실화 시행이 예고돼 벌써부터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대구 동구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 현실화 시행이 예고돼 벌써부터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대구 동구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동구 신서동 모 아파트단지 주민 500여 가구는 지난달 22일 국회 노동위원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아파트 경비원에 지급하는 임금을 현행처럼 '최저임금의 80%'로 유지해 달라는 것.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올해 말까지는 최저임금의 80%까지만 주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을 100% 보장해야 한다. 83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단지는 내년부터 매월 경비용역비가 1천800만원에서 2천300만원으로 30%가량 오르고, 가구당 6천 원씩 부담이 늘어난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아파트 주민들의 부담이 큰데 갑자기 경비원 임금까지 30%나 오르면 감당할 수 없다"며 "관련 법이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 CCTV를 추가 설치하거나 경비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의 생계비 보장을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제 적용'이 오히려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과 근로환경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이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관리비 부담을 느낀 상당수 아파트 단지들이 경비원들을 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탓이다.

정부는 2007년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올해 말까지는 최저임금의 80%만 지급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현행 시급 3천456원(최저임금 4천320원의 80%)에서 1천124원이 오른 4천580원(2012년 최저임금)을 줘야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6%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부담은 31%가 늘어나는 셈.

이에 따라 시내 상당수 아파트 단지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을 감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내 모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제 이후 임금은 30%가 올랐지만 경비인력은 오히려 60%가 줄었다"며 "최저임금이 전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70대 경비원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야간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을 늘려 전체 임금은 줄이는 편법도 동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파트단지 중 상당수가 경비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경비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허울뿐인 휴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4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55) 씨는 "휴식시간을 더 줘서 임금을 줄이겠다는데 어차피 경비실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근무나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임금이 더 줄어드는 셈"이라고 푸념했다.

고용 및 근로 환경이 악화될 처지인 경비원들의 불안감도 크다. 경비원 이모(71) 씨는 "아내와 둘이 살며 수입이라고는 경비원 월급밖에 없는 처지에 해고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 "임금 현실화보다는 고용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경일대 이현준 교수(부동산지적학과)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경비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보완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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