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상상 브라더스(김상수·상우)

혹시 '자유시간'을 기억하시나요?

대구 남구 봉덕동 앞산 밑 경복중학교 정문에서 미리내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자유시간'은 김상수가 중학교 1학년이 끝나가던 2003년 겨울에 문을 열었다. 호구지책으로 문을 연 분식집이었지만 깔끔하고 맛있기로 소문이 나면서 양푼이 비빔밥과 떡볶이는 이내 동네 인기메뉴가 되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늘어도 꼭 문을 닫는 날이 있었고 그날은 어김없이 김상수가 시민운동장에서 야구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직장에 다니던 아버지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어머니 이보일 씨는 아들 상우(상수 동생)의 손을 잡고 빠짐없이 야구장으로 응원을 나갔다. 머지않아 단골손님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덕분에 김상수는 일찍부터 동네에서 소문난 야구선수가 됐다.

그러나 단순히 자식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서만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가게보다 자식의 곁을 지켜주는 것과 그 자리에 동생과 함께하는 가족의 연대가 그녀에게는 더 소중했다.

서울서 생활했던 이들에게 뜻하지 않게 힘든 사정이 생기면서 구미로 이사해야했고, 채 터전을 마련하기도 전에 다시 자식의 야구를 위해 대구로 오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연대의식이 무엇보다 강해진 것이었다.

경북고 시절 김상수는 야구연습을 끝낸 늦은 밤에도 가게에 들러 배달을 하거나 그릇을 회수하면서 어머니를 도왔다. 친구들이 공부하는 학원에도 음식을 배달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절약이 습관이 됐다.

그렇게 그들만의 '자유시간'은 김상수가 마침내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하던 무렵인 2008년에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 사이 상수의 동생인 상우는 경북예고 성악과에 진학했다. 기타를 잘 다루면서 클래식 음악에 자질을 보였던 상우는 서울로 진학하려던 꿈이 있었지만 고3이었던 형의 뒷바라지를 위해 잠시 접어야 했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게 형에게 맞춰진 이사와 생활 때문에 불만이 쌓일 수 있는 사춘기였지만 상우는 오히려 프로진출을 앞둔 형을 더 걱정했고, 상수는 그런 상우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프로에 진출한 김상수는 받은 계약금으로 상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상우의 음악 활동이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마침내 서울에서 오디션 제의가 왔다. 김건모였다. 김건모 앞에서 검증을 받은 상우는 때마침 리드 보컬을 찾고 있던 국내 최고 프로듀서인 김창환 사단에 추천됐고, 올해 '엔-트레인'이란 이름의 보컬그룹으로 데뷔했다.

상우는 머지않아 대구시민야구장 그라운드에서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김상수는 성공한 동생이 야구장에서 자신의 경기에 앞서 애국가를 불러주는 것이 소원 중의 하나라고 늘 말해왔다. 이들의 뜨거운 형제애에 구단이 김상수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어려웠던 시기에 밝게 자란 두 형제는 이제 자신의 자질을 살려 성공의 길에 나서게 됐다. 힘들어도 재물보다 자식의 곁을 지킨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었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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