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가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더블딥 우려에 이어 5일 S&P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경기둔화 불안감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이제 전 세계 금융가의 시선은 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쏠리고 있다. 세계 금융 시장 불안을 초래한 당사자로서, 미국 스스로 자국과 세계 금융시장 혼란을 수습할 묘책을 내놓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금융가 패닉
글로벌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뉴욕 증시 경우 8일 사상 최악의 장세를 기록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635포인트, 5.5% 떨어져 지난 한 주간 낙폭에 맞먹는 하락세를 이날 단 하루 동안 연출했다.
이날 하루 하락세는 2008년 12월 1일 680포인트, 7.7% 폭락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이날 다우지수는 10,809.85로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1,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 증시 폭락은 국가 신용 등급 강등이 촉매제가 됐다. 개장 직후부터 지난 주말 저점을 하회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증권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금융주, 주택, 에너지주가 급추락했다. 이날 뱅크오브 어메리카는 20% 하락 마감했고, 씨티그룹은 16.4%, 골드만삭스는 6.01% 떨어졌다.
유럽 각국 증시도 3~5% 하락세를 연출했으며 9일 아시아 증시도 장 개장과 함께 코스피가 100포인트 이상 추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폭락이 계속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미국의 채무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긴급 회견을 가졌지만 오히려 악재가 됐다. 증시는 이에 화답하기는커녕 오히려 낙폭을 늘렸다.
정책대응 수단이 고갈된 마당에 위기관리능력까지 떨어진다는 우려가 터져나온 것.
앞서 폐장한 유럽 증시 역시 미국발 금융 충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날 독일 DAX 지수는 5.02% 급락, 6,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영국과 프랑스 증시 또한 각각 3.39%, 4.68% 폭락했다. 2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지만 양국 국채수익률만 조금 떨어졌을 뿐 유럽 증시는 여전히 급락하고 있다는 것.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백약이 무효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발 해결책 나올까
세계금융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돌파구로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시행을 바라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돈을 풀면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 고용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기대다.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쥔 주인공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9일 소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안팎에서 국채 매입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다시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이 정부 부채한도 증액과 동시에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해 버냉키 의장은 정부 빚이 늘어나는 경기부양 수단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준이 2007년 8월 이후에 두 차례 양적 완화 정책 등을 통해 시중에 2조3천억달러의 돈을 풀었고,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물가가 올라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 선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가는 여전히 연준의 FOMC 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3차 양적 완화'는 시행 가능성이 낮은 조치라는 분석이 대세였지만 설마 했던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돈을 찍어 풀면 달러 약세가 심화돼 가뜩이나 타격받고 있는 중국 보유 미 자산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준이 3차 양적 완화 외에 현재 제로 수준(0∼0.25%)인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방침을 밝히거나 국채 만기 장기화 등 보유 자산 매각을 상당 기간 유예하는 식의 차선책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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