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 전과목 수준별 수업 "교실 부족·내신 어떡해"

2014년부터 기본, 일반, 심화로 나눠…중복 과목 학습량 20%↓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년부터 고교 전 교과가 수준별 선택과목으로 개설된다. 또 과목 간 중복되는 내용은 한 과목으로 합쳐 학습량이 20%가량 줄어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하고, 2014년 고1 학생(영어는 2013년 고1)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교과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고교 모든 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기본'(영어'수학만 해당) '일반' '심화' 등 3개로 나눠 학생들이 수준에 따라 선택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목을 교과 구분없이 '기본' '일반' '심화' 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어 일반고도 특목고처럼 '심화 영어' '고급 수학' '물리 실험' 등의 심화 과목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대부분 고교에서는 '일반' 과목만 개설하고 있다. 이처럼 전 과목이 수준별로 나눈 데 대해 학교 현장에선 교과교실제 전면도입의 전 단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교에서 배우는 550개의 선택 과목도 510개로 줄어든다.

학년군'교과군을 고려한 최소 '필수학습내용'을 정선해 중복되는 내용은 한 과목에 합치고, 불필요한 부분은 빼는 형태로 전체 교과 내용을 20%가량 줄였다. 현재는 가령 사회탐구의 '지리' 한 영역만 해도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등으로 나뉘어져 중복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교과부는 "필수학습요소 위주로 학습량을 줄이면 동일한 시간에 이론 교육이 아닌 체험'활동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인성교육, 체험 활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사 과목은 정부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에 따라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필수 과목이 된다.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을 마련해 수업하는 '교과교실제', 특정 기간을 정해 중점 수업을 하는 '집중이수제', 쪼개진 시간을 블록(block)으로 모아 집중해 가르치는 '블록타임제' 등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이번 새 교과 교육과정 개편을 놓고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전 과목 수준별 선택제 시행에 따른 교실 확보가 어려운데다, '기본' '일반' '심화'로 고교 교육과정을 나눠 버림에 따라 내신이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구 한 사립고 교감은 "수준별 수업을 전면 시행하면 학생들이 수준에 맞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목별'난이도별로 교실을 대폭 확보해야 하는데 신설 공립고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유휴 교실이 부족하다"며 "또한 교사 배정이나 시간표 작성 등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내신은 동일한 집단의 상대적인 서열을 의미하는데, 고교에서 수준별로 나눠서 수업하고 성적을 매겼을 때 과연 대학에서 이 내신을 제대로 평가(인정)해주겠는가"라며 "교과부가 학업 부담 축소, 사교육비 경감 등 명분에만 매달린 채 학교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 선택과목 축소도 실상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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