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대림동 농약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염소가스 누출 사고는 당국의 위험 물질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번 사고는 유독성 물질 저장 시설을 신고도 않고 몰래 설치한 업체와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이 빚어낸 인재였기 때문이다. 구청이 관할 구역 내에 염소가스 저장 탱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은 한마디로 직무 유기다.
이 농약 제조업체는 40년 넘게 염소가스를 이용해 맹독성 농약을 생산해오다 2년 전부터 생산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유독성 물질인 염소가스의 저장 시설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업체는 신고조차 않았고 구청은 탱크 존재 여부조차 몰랐다니 정기 점검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게다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염소가스가 든 저장 탱크를 그대로 방치했다. 수십 년간 독성 물질을 옆에 두고 살아온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는 말문이 막히는 이야기다.
결국 이런 안전 불감증이 수확을 앞둔 연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해를 끼쳤다. 당국은 염소가스 유출량이 0.2┸ 정도라고 발표했다. 규정상 염소가스 노출 허용 농도는 1┸이지만 소량으로도 비염 등을 유발하고 많이 흡입할 경우 호흡 곤란이나 폐 손상 등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맹독성 농약의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업체가 그동안 여러 차례 농약을 불법 방류하는 등 요주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신고가 없어 몰랐다고 둘러대는 것은 현장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구청은 당장 관할 구역 내 위험 물질 저장 시설을 철저히 조사하고 두 번 다시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조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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