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표백/장강명 지음/한겨레 출판 펴냄

소설 '표백'은 흠결 없이 완벽한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평화와 편리를 누리지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고, 결국에는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혹은 그런 세대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완벽한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자신들이 보탤 것도, 보탤 수도 없는 세상을 살고 있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성 사회에 '표백' 되어가는 과정뿐이라고 말한다.

'표백세대'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뒤에 자살한다. 소설은 꿈이 없고, 노력해서 꿈을 실현할 길도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리고 결국에는 죽어가는 젊은 세대들의 고달프고 무기력한 일상과 우리사회가 품고 있는, 혹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키우고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에 묘사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기존 세대의 자살 목적인 '도피'와 달리, 자신의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완전한 세상에 태어나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청년들은 완전하기에 꿈이 없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항해 '자살'이라는 부조리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고달프지만 내일을 향한 희망을 품고 살았다면, 젊은 후배세대들은 안온하지만 희망 없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는 절규인 셈이다.

이 작품은 스릴러적 구조도 서스펜스적 구조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로 하여금 무서운 속도감을 유지하게 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작가가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설명과 묘사를 적절하게 오고가며 솜씨를 발휘한 덕분이다. 제16회 한겨레 문학상 당선작이다. 352쪽, 1만1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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