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 1등 당첨자를 5번이나 배출해 로또명당으로 소문난 대구시 서구 평리동의 세진명당. 요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복권 중 하나는 연금복권이다. 연금복권이 도입된 후 로또복권 위주로 돌아가던 복권시장에 불어닥친 변화다. 전재운 세진명당 대표는 "연금복권이 발행되면서 로또복권 구매자의 상당수가 연금복권을 함께 구입하고 있다. 연금복권만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연금복권이 인기를 끌면서 구입 후 추첨일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발행하자 마자 물량이 동나는 바람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한국연합복권이 추첨일에 앞서 미리 연금복권을 발행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복권은 7월 6일 첫 추첨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6회차 추첨(10일)이 진행됐지만 대구시내 복권방에서는 현재 10회차가 판매되고 있다. 10회차 연금복권을 구매하면 9월 7일까지 당첨자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연금복권이다. 연금복권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대박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제2의 로또 열풍'이라 불릴 만큼 연금복권 구매 열기는 뜨겁다. 속된 표현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연금복권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판매 시작 2시간여 만에 확보한 6회차 복권이 모두 판매되었으며 일부 복권방에서는 9회차 연금복권이 발행 이틀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연금복권이란
공식 명칭은 '연금복권 520'이다. 한국연합복권이 회당 630만 장을 발행해 복권방'편의점 등 전국 1만5천여 개 복권판매점과 전자복권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장당 가격(1천원)과 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한도(10만원)는 로또복권과 같지만 1등 당첨 확률은 차이가 난다. 1등 당첨 확률은 로또복권의 경우 814만분의 1이지만 매주 2명의 1등 당첨자를 뽑는 연금복권은 315만분의 1이다. 당첨금 지급 방식도 다르다.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로또복권에 비해 연금복권은 20년에 걸쳐 매월 500만원씩 당첨금을 지급한다.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쥐게 될 경우 발생하는 가정불화나 거액을 일시에 탕진할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방식이다. 세금에서도 차이가 난다. 연금복권의 세율은 22%로 3억원 이상 일시 수령 복권 당첨금 세율 33%보다 낮다. 연금복권에 1등 당첨되었을 경우 세금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매월 390만원이다.
연금복권 1등 당첨금 총액은 12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정한 1등 당첨금은 8억원이라고 한다. 당첨금을 운용하면 20년 동안 최소 4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총 12억원(월 500만원×20년)을 지급하면서 1등 당첨금 총액이 12억원으로 알려지게 된 것. 한국연합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마이너스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1등 당첨자에게 매달 390만원의 당첨금은 보장된다"고 밝혔다.
연금복권 추첨은 45개의 숫자가 적힌 볼을 무작위로 뽑는 로또복권과 달리 숫자가 적힌 회전판에 화살을 쏴 맞히는 화살식이다. 과거 주택복권과 같은 방식이다. 한국연합복권 관계자는 "유통물류협회에 조사 용역을 의뢰한 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추첨방식으로 화살식을 꼽아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화살식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금복권을 많이 찾는 이유
'20년간 매달 390만원이 내 통장에 꽂힌다.' 미래가 불안한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이 꿈을 현실화시켜 준다는 연금복권의 이면에는 '노후 불안'이라는 서민들의 애환이 드리워져 있다. 노후에 대한 불안심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연금복권의 인기비결이 되고 있다. 여기에 당첨 확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높아진 한방 기대심리까지 가세해 연금복권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연금복권 구매자들을 살펴보면 노후불안 심리가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연합복권이 1'2회차 구매자 3천2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0~49세 구매자가 34.2%(1천124명)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50~59세 25.2%(830명)였다. 반면 30~39세는 21.6%(711명), 19~29세는 6.4%(212명)에 불과했다. 연금복권을 1회부터 5회까지 구매했다는 김모(45) 씨는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서 아이들 교육비를 지출하고 나면 저축할 여유가 없다. 노후가 불안하다 보니 연금복권에 눈이 가게 됐다. 혹시라도 당첨되면 노후 걱정은 덜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1등 당첨금이 상속되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복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연금복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한국연합복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연금복권 구매자의 12.6%가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복권방에서 만난 서모(67) 씨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재산이 없어 늘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당첨만 되면 매달 일정액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 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열풍은 곧 진정될 것'
연금복권 열풍이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복권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재운 대표는 "지금 연금복권 인기는 연금복권이 자리 잡아 가는 와중에 나타난 일종의 과열현상으로 볼 수 있다. 로또복권도 처음 발행되었을 때 매주 800억원 정도가 판매되었지만 지금은 판매액이 500억원 정도로 떨어졌다. 20회차 정도 지나면 연금복권도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쯤이면 추첨에 앞서 미리 판매되는 현상이 사라지고 추첨하는 주에 추첨 물량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금복권이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달서구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A씨는 "당첨 확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로또복권보다 당첨확률이 높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당첨확률은 로또복권이 훨씬 높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은 당첨자 1명을 가정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주 로또복권 당첨자가 적게는 2명, 많게는 10명 이상 나오고 있다. 실수령금도 문제다. 지금 매달 지급받는 390만원의 돈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진다. 당첨확률과 실수령금 돈 가치를 따져보면 연금복권은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들
연금복권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불안 심리를 이용해 사행심을 조장하고 조세저항 없이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정부는 복권 수익이 저소득계층을 위해 사용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부유층이 떠안아야 할 세금 부담을 서민층에게 떠넘기는 방식이어서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원 이모(42) 씨는 "복권은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걷어가는 수단이다. 건전한 근로 의욕 대신 사행 행위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많은 복권을 정부가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현실을 탓하는 사람도 많다. 트위터에는 "315만분의 1이란 확률에 기대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노후대비는 취약하다. 가능성이 적다는 걸 알면서도 믿을 것이 복권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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