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라면 인교동이 전국 최고죠!"
인교동 오토바이 골목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은 넋을 놓고 오토바이 구경에 빠진다. 500여m의 골목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음식배달에 쓰이는 소형 스쿠터부터 중형차급의 엔진을 가진 대형 오토바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골목의 구경거리는 오토바이만이 아니다. 오토바이 수리점, 오토바이를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점, 바이커 패션용품점, 오토바이 튜닝점 등 오토바이와 연관된 모든 가게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토바이 구입부터 판매, 수리, 튜닝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곳이 바로 오토바이 골목이다.
◆오토바이 마니아들의 성지
인교동 오토바이 골목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부산에도 오토바이 상권이 몰려있었지만 대부분 도심에서 가게세가 저렴한 외곽으로 빠져나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150명의 인교동 오토바이 골목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여전히 60여 개의 업체들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22년째 S&T 모터스 대구총판에서 근무하고 있는 염정화(45'여) 실장은 "골목에 오래 있으면 사람들과 정들고 골목에 정들어 떠나기가 어렵다"며 "20여 년 전 들어올 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평생직장이 됐다"고 말했다.
규모가 크다 보니 못 구하는 오토바이도 없다. 국산인 S&T, 대림 제품은 기본이고 일본산, 미국산, 대만산 등 다양한 국적의 오토바이들이 있다. 또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작고 귀여운 클래식 스쿠터, 농촌에서 인기가 좋은 ATV 오토바이, 히터가 나오는 2천㏄급의 대형 오토바이 등 오토바이라면 다 있다.
골목에서 팔려나가는 오토바이 숫자만 해도 연간 4천여 대. 오토바이 마니아들에게 골목은 '성지(聖地)'처럼 여겨져 대구는 물론 각 지방에서 골목을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창원에서 골목까지 찾아온 서진석(38) 씨는 "동호인들끼리 오토바이 라이딩을 겸해서 골목을 찾곤 한다"며 "기술이 좋은 가게들이 많고 물건도 좋아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말을 팔던 거리에서 오토바이골목으로
골목에 오토바이가 들어오기 전에는 '말'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말이 교통수단이던 시절 '마장'(馬場)이 열리던 곳이 지금의 골목이다. 서문시장의 물건을 실어 나르는 데 말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마장이 생긴 것. 그래서 골목의 이름도 '말전거리'였다.
말전거리에 오토바이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다. '영남오토바이 상회'라는 가게가 처음 들어서면서 수리점 몇 군데도 뒤이어 생겼다. 당시에는 오토바이가 드물었고 제품도 대부분이 수입품이라 자동차 못지않게 고가품이라 골목을 찾는 손님들도 부유층이었다. 한 상인은 "우리 골목뿐 아니라 근처 골목들이 다들 부자들이 찾는 가게들이었다"며 "그때는 상인들도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고 예전을 떠올렸다.
오토바이가 대중화되면서 골목도 함께 번창해 나갔다. 영남오토바이를 시작으로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60여개의 업체가 골목에 빼곡히 들어왔다. 비 오는 날이면 골목은 더 붐볐다. 다른 곳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하는 상인들이 자신의 가게에 문을 닫고 물건을 사려고 골목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덩달아 주변 식당들도 손님이 넘쳐났다.
1970년대부터 장사를 했다는 상인은 "지금은 오토바이가 식당 배달용으로 나가는 물량이 많지만 예전에는 출퇴근용으로 차대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며 "한창 잘 될 때는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몰이
골목상인들은 하나같이 "오토바이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인들 중 상당수는 오토바이를 판매하고 수리하는 것뿐 아니라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마니아들이다. 예전에는 오토바이 경기도 많이 열었다. 시민운동장이나 인터불고 호텔 근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스파크'라 불리는 오토바이 트랙경기를 열어 상인들이 직접 참가했다. 한 상인은 "경기에서 1등을 해서 상품도 여러 번 탔다"며 "경기를 보려고 다른 지방에서 많이들 찾아와 축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비용문제로 열기가 어려우니 아쉽다"고 말했다.
골목상인들은 오토바이 경기를 대신할 이벤트 마련에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를 위해 오토바이 투어를 했다. 상인들 35명이 모여 각자의 오토바이에 홍보 깃발을 꽂고 대구 시내를 돌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홍보효과도 상당했다. 상가번영회 김형재 회장은 "모터쇼 같은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며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오토바이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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