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할리데이비슨 3천대 100대 는 내 손 거쳐가"…경일현 도그본 대표

"전 오토바이를 타는 것보다 분해하고 고치는 게 좋아요."

오토바이 골목에는 유난히 특이한 오토바이가 많이 서 있는 집이 하나 있다. 경일현(40) 대표가 운영하는 'Dog-Bone(도그본)'이다. 도그본은 오토바이의 외관을 취향에 맞게 변형시키는 '커스텀'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다. 오토바이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특히 오토바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마치 종교처럼 여겨지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커스텀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1천만~2천만원 하는 할리데이비슨을 사서 또 그만큼의 비용을 들여 꾸밀 정도로 푹 빠진 사람들도 많아요. 대구에만 할리데이비슨이 3천여 대가 있는데 그 중에 100대 정도는 내 손을 거쳐간 것들이죠."

경 대표는 건축을 전공했다. 오토바이를 알게 되면서 전공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건축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 대표는 오토바이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일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리점을 운영하다가 커스텀 전문점을 열게 된 것은 2년 전. 수리점을 하면서 손님들의 부탁에 조금씩 했던 커스텀의 반응이 좋아 오토바이 골목에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핸들이고 타이어고 전부 가격대가 상당한 것들이 많아서 잘하는 사람 아니면 만질 수도 없죠. 아마 대구에서 전문적으로 커스텀을 하는 사람은 몇 안 될 겁니다."

경 대표의 솜씨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커스텀은 기술도 좋아야 하지만 손님들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표현해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감각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얘기다. 경 대표의 감각은 가게 인테리어에서도 돋보인다. 경 대표가 직접 꾸민 가게는 오토바이가 서 있지 않으면 카페나 바(Bar)로 착각할 정도로 세련됐다.

당연히 손님들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단골고객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군들도 단골손님이다. 왜관의 미군들도 오토바이를 끌고 경 대표를 찾아올 정도. "제가 갖고 있는 오토바이는 몇 달 갖고 있지를 못해요. 커스텀 해놓은 걸 보고 손님들이 예쁘다면서 사가기 때문이죠. 그래도 오토바이를 타는 것보다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하니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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