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영국 폭동, 남의 일로 돌릴 수 있나

지난 6일 시작해 영국 전역을 휩쓴 폭동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정치적 구호나 특별한 공격 대상도 없이 번진 이번 폭동의 원인 및 배경을 두고는 여러 설들이 난무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폭동은 범죄일 뿐이며 단순명료하다"고 개인의 탓임을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상점을 약탈하고 건물을 무단 점유하는 광경은 윤리와 책임감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폭동의 원인은 복잡한 문제라며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 하층민이나 경제적 약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범죄와는 무관하게 여겨지는 사람들도 적잖게 끼어 있었다. 대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젊은이들이 특별한 정치 사회적 메시지도 없는 폭동에 휩쓸려 잠재된 범죄자 기질을 보였다는 것이다. 폭동 가담자들은 식료품 등 생필품을 훔치거나 부호들의 단골인 보석가게를 털기보다는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파는 이웃 가게들을 주로 노렸다.

이 때문에 이번 폭동을 생계형이나 저항형이 아닌 단순 약탈로 보게 한다. 정치적 경제적 집단 의사표시를 한 시위가 아니라 단순 약탈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없는 젊은이들의 단순한 일탈 행위로 치부할 수 없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폭동을 일으킨 젊은이들에 대해 '아무것도 자기 몫으로 가질 수 없는 세대' '대공황 이후 자신의 미래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세대'라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젊은이들의 집단행동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칠레에서는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젊은이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개인 생활을 억누르던 이스라엘에서도 치솟는 집값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좌절과 분노는 우리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번듯한 일자리 대신 알바 인생으로 출발, 88만 원 세대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불확실한 미래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적잖다. 사회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만든다. 양극화 사회에서 약자로 출발하는 젊은이에게는 희망이 없다. 위험을 방치한 채 남의 일로만 여기다간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 사회도 젊은이들의 좌절과 고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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