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세훈 대선 불출마 선언' 여야 셈법 분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차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는 24일 서울시 전역에서 실시되는 무상급식 실시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대선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여권에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이 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 진영은 오 시장의 중도포기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지지율이 크게 높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코스'의 주인공으로서 막판 바람몰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시장처럼 인기있는 주자와의 경쟁을 통해 '경선 흥행몰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친박계의 한 국회의원은 "예선을 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반면 밋밋한 예선 때문에 본선에서의 붐 조성에는 애를 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한나라당 내부에선 이재오 특임장관'김문수 경기지사'정몽준 전 대표 간의 친이계 내부의 대결도 보다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경우의 수가 줄어듦에 따라 세 인사들 간의 경쟁과 협력의 정도가 보다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어느 정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이들 세 명 사이의 갈등 또는 공조의 분위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은 오 시장이 대선출마 의지를 접음에 따라 60세 전후의 후보들로만 내부 경쟁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명되고 있는 인사들의 나이는 박 전 대표 59세, 이재오 장관 66세, 김문수 경기지사 59세, 정몽준 전 대표 59세다. 활력과 젊은 유권자 유인 그리고 차기 지도자 육성 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절치 않은 구도다.

반면 야권은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을 보여 온 오 시장이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한나라당과의 차이를 더욱더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선을 '진보 vs 보수' 또는 '참신함 vs 익숙함'의 대결로 몰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한나라당 인사들보다는 참신함과 개혁성에서 민주당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던 오 시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민주당의 차별성이 부각될 수 있는 조건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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