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락·붕괴… 글로벌 위기 대처할 안전장치가 없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지 10일이 지났다.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미국발 먹구름이 전 세계 금융가를 강타했다.

회생하던 세계경제가 3년 만에 또 끝모를 터널에 진입하면서 국내 증시 역시 폭락을 거듭했다. 이번 사태로 실물경제까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불안 10일

이번 위기는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스 앤드 푸어스(S&P)가 이달 5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촉발됐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2007년까지만 해도 6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2009년 84.2%에서 2010년 93.5%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7일 보고서에서 올해는 99.0%, 내년에는 103.0%, 2015년 110.2%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재정난에 따른 국가신용위기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재정위기는 2009년 하반기 그리스를 시작으로 전염병처럼 번지며 재정 취약국에 '피그스'(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라는 오명을 안겼다.

재정난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에선 일본도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1월 27일 S&P로부터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 당했고, 다음달 무디스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일 이어갔다. 이달 1일 2,172.31이던 코스피 지수는 2일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2,120선으로 후퇴했고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5일에는 2,000선이 붕괴됐다.

급기야 8일에는 1,900선마저 내줬고 9일 장중 1,600선까지 폭락한 뒤 연기금의 방어 노력으로 1,800선에 턱걸이했다.

이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소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한 채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1,830선까지 상승했지만 프랑스 국가 신용 등급 강등설이 터져 나오면서 또다시 1,793선(12일 기준)까지 하락, 결국 1,800선이 붕괴됐다.

◆실물경제 영향 우려

미국 등 선진국발(發) 재정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실물경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수출 악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해 대외 불확실성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2009년 기준 95.9%로 일본(24.8%), 미국(25.1%), 중국(49.1%), 영국(57.7%), 독일(76.7%) 등보다 높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가 20%에 달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수출 시장에 타격을 입는다면 경제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 4.5% 경제성장 전망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성장은 수출에 의해 주도되므로 이번 사태로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 경제 회복세가 현저히 둔화 된다면 우리나라 역시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기 돌파구는?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내외 자본시장이 요동치자 우리나라의 재정'금융 당국은 이 같은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2008년과 달리 현재는 외채 구조나 외화보유액 등 대외 건전성이 개선된 덕분에 국제 금융시장이 악화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개방도가 커 외국자본이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이 여전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탓에 주요 국가의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우리 경제도 함께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이달 2∼12일 9거래일간 15.46%나 급락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5조894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8.9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21%), 대만 자취안지수(-11.04%), 홍콩 항셍지수(-12.49%) 등 같은 기간 아시아 주요 증시의 하락폭보다 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해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 자본이 한국금융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외환위기 방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적절한 외환보유액 관리, 거시건전성 부담금 마련을 통해 단기유동자금 관리 등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금융 전문가들은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은 외화유동성 확보를 통해 급격한 외화 유출에 대비하고,기업은 환율변동에 대한 헤지와 더불어 수출다변화 전략을 추구해 수출 감소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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