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보행 장애
"보폭이 좁아지고 첫발을 떼기가 어렵고, 몸이 앞으로 숙여지고 넘어질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에 힘이 없는 것은 아닌데 양쪽 다리에 힘이 없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요."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걷기를 포함해 몸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당뇨병, 관절염, 허리 이상,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때문에 이런 걸음걸이 이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파킨슨병
뇌의 퇴행성 질환 중 하나. 손발의 떨림이나 몸이 굳고, 보행 장애가 생기는 증상이다. 걸을 때 팔을 적게 또는 거의 흔들지 않고, 첫걸음을 떼기가 어렵고, 시작해도 발을 끌면서 걷는다. 약물치료에 의해 걸음걸이 개선이 가능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관심을 쏟고 치료하기 때문에 인지기능 저하는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엔 병이 진행돼야 치매가 발생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엔 아주 초기의 파킨슨병에서도 치매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경향이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들의 28~44%가 치매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파킨슨병이 있는 경우 인지 기능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뇌수두증(정상압수두증)
뇌척수액이 들어 있는 뇌실이 커져서 생기는 것. 점차 진행되는 요실금(혹은 빈뇨, 절박뇨), 인지기능 장애, 보행 장애를 특징으로 한다. 정상압수두증의 경우에도 보폭이 좁아지며 종종걸음을 걷고 불안정감을 호소하게 된다. 뇌 MRI 및 요추천자(척추 중 허리부위에 바늘을 집어넣어 지주막 아래에서 뇌척수액 등을 제거 또는 주입하는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모든 경우에서 수술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밀한 진찰과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발성 뇌경색 및 피질하 백질허혈
특별히 (환자가) 기억나는 뇌경색의 병력은 없지만 뇌 MRI에서 양측 뇌에 수차례 뇌경색이 지나갔거나, 뇌경색은 아니지만 피질하 백질이 변성돼 희게 보이기도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기억력 및 판단력 저하가 동반돼 혈관성 치매에 포함된다. 뇌경색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검사 및 치료가 치매 치료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가 진행돼 파킨슨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 파킨슨 증상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알츠하이머에서 균형 감각 및 보행 장애는 인지기능과 관계가 깊다. 따라서 환자가 느끼는 인지기능 장애가 크지 않더라도 이런 증상이 있다면 알츠하이머를 고려한 진찰이 필요하다. 조기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은 치매라며 자세한 진단보다는 약만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압수두증으로 인한 보행 장애
정모(67) 씨는 2년 전부터 시작된 기억 및 보행 장애로 병원을 찾아왔다. 자영업을 하는 정 씨는 약간의 건망증과 함께 주문이 밀릴 때 이전처럼 빨리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을 걷고 6개월 전부터 발을 끌며 걸었다. 몸이 앞으로 굽고 걸음이 빨라져 넘어질 것 같다고 했다. 소변 보는 횟수도 증가했다.
신경학적 검사 결과, 손떨림이나 근육 경직은 없었다. 단기기억이 떨어져 있었고, 행동의 계획성이나 사고의 유연성과 관련된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인지기능 저하, 보행 장애, 빈뇨 및 요실금을 특징으로 하는 '정상압수두증'이 의심됐다. 뇌 MRI 결과, 과거에 앓고 지나간 작은 뇌경색과 함께 뇌실의 확장도 관찰됐다. 최종적으로 정상압수두증으로 진단됐다.
근본적 치료는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것. 요추천자를 통해 뇌척수액을 50㏄ 뽑아냈고, 이후 걸음걸이가 훨씬 나아졌다. 발을 끌며 걷지도 않고, 종종걸음도 줄었다. 1년 후 거의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현아 교수는 "정상압수두증의 경우, 보행이나 인지기능 장애를 비교적 쉽게 회복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요추천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술적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탓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현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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