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발판삼아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
남자 400m에 출전하는 박봉고(20'구미시청)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한국 육상계를 이끌 스타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지만 박봉고의 기량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박봉고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다수 국가대표선수들처럼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A, B 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했다. 개최국 프리미엄으로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박봉고는 이번 대회가 엄청난 기회이자 큰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솔직히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니어서 결선 진출의 목표는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려면 준결선에는 진출해야겠지요."
박봉고는 사실 지난해 6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45초63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누구보다 이번 대회를 기다렸다. 당시 박봉고는 한국신기록은 물론 기준기록을 통과해 당당히 출전, 국내선수로는 최초로 결선까지 오르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대한육상경기연맹도 박봉고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육상연맹은 유망주 해외 육성 프로그램인 '드림 프로젝트' 대상으로 박봉고를 선정했다. 박봉고는 70여 일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선진 육상 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박봉고의 최고 기록은 베를린 대회 결선 8위 기록인 45초90보다 앞섰고 한창 성장세였기 때문에 당시 육상계는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대형 사고'를 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해외 전지훈련의 성과를 점검하는 첫 무대인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박봉고는 당시 200m 결승에서 곡선주로를 돌다 갑자기 다리 경련을 일으켜 쓰러졌고, 검사 결과 왼쪽 허벅지 근육과 근막이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와 재활을 거쳤지만 당시 입은 부상의 후유증을 완전히 씻지 못했다. 올 7월 박봉고는 기준기록을 통과해 자력으로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으려 2011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일본 고베) 남자 400m에 출전했다. 결선에서 또 일이 꼬이고 말았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봉고는 멈춰 섰다.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올라왔다. 더 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부상 때문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박봉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대회를 앞둔 지금까지 모교인 경북체고에서 근력보강운동과 스피드 끌어올리기에 열중했다. 은사인 경북체고 이종우 감독과 훈련하면서 재학시절 국내 1인자, 나아가 세계적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훈련에 몰두했다.
"감독님은 저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아는 스승입니다. 아무래도 부상을 겪은 탓에 의기소침해진 저를 다독거려주고 다시 한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 조금씩 대회가 기다려집니다."
박봉고는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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