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휴일을 맞아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이색적인 옷차림의 청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20대 여성, 태극기를 망토처럼 어깨에 맸거나 태권도복을 입은 10대 청소년, 양 볼에 '독도'라고 적은 여성 등이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했다.
이날 오후 5시가 되자 느닷없이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성 3명이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뒤를 이어 일제시대 순사 복장을 한 남성 4명이 뒤쫓기 시작했다. 마치 일제시대 당시 독립운동을 재현한 듯한 모습이었다. 동시에 야외무대 스피커에서는 가수 김장훈과 싸이가 함께 부른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주변을 서성대던 시민들도 모여들며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독도가 크게 그려진 한반도기가 활짝 펼쳐졌고,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5분여간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제66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지역 대학생들이 '독도사랑'을 주제로 플래시몹을 펼쳐 시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플래시몹 행사는 대구 동성로는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일제히 펼쳐졌다. 당초 영남대 학생들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준비하던 광복절 기념행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발전했다. 중학생 이수진(15) 양은 "트위터를 통해 행사소식을 알고 구경하러 왔다"며 "흥겨운 놀이를 즐기듯이 독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주부 김금숙(41) 씨는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데 태극기와 한반도 지도를 행사 소품으로 다양하게 활용한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인 행사였다"고 평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대학생들은 앞으로 독도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영남대 동아리 코리아 유스(KOREA YOUTH) 이현동(27'영남대 기계설계 4년) 대표는 "대학생들이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독도사랑에 대한 염원만을 모아 행사를 개최한 때문인지 시민들이 참여 열기가 높았다"며 "행사 동영상과 홍보물들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배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플래시몹=이메일이나 휴대전화, SNS 등을 통해 약속장소에 모인 이들이 짧은 시간 동안 약속된 집단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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