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봉산문화회관은 회관 앞 광장에서 'Hot Music Cool Summer night'이라는 타이틀로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서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의 유명한 넘버를 보여줬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뮤지컬, 뮤지컬 속 트로트 등 다양하게 뮤지컬 음악을 구성해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화려한 성악가들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넘버가 돋보였고 여러 스타일의 뮤지컬 음악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호흡하며 장내 분위기를 장악한 건 뮤지컬 속 트로트였다.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관객층별 연령대가 다양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그 많은 어린이가 정말 트로트가 좋아서 손뼉치고 신났을까. 여기서 다른 음악회를 잠시 살펴보자.
요즘 TV에서 대단한 기대와 인기를 누리는 '나는 가수다'라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관객층을 보면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의 다양한 관객층을 미리 구분하고 콘서트를 시작한다. 이들은 7인의 가수들의 노래에 흠뻑 젖어 힘찬 박수를 보내고 그 분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조차 TV로 비친다. 연령층이 다른 모든 관객은 분명히 모든 노래에 만족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평가가 이뤄지고 청중평가단의 의무와 권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어쩌면 어떤 이는 평가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나 비교 분석하는 고민으로 때로는 음악에 젖어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단한 가수들의 공연을 보는 즐거움과 감동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청중평가단을 신청하기도 할 테지만 그냥 집에 있다가 집 근처 봉산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막연히 즐거움에 대한 기대와 잘 몰랐던 뮤지컬 음악을 듣기 위해 손자랑 마실 나오듯 객석을 차지하는 이도 적잖았을 것이다. 괜히 신이 나서 손뼉을 치고 트로트 가수가 신나는 '뽕짝'을 부를 때 환호하고 앙코르를 외치며 신기해하는 모습들은 진짜 우리네 서민들의 즐거운 음악회가 어떤 건지를 말해준다.
요즘 TV에선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대부분 사람은 음악을 듣기 위해 시청하겠지만 그 오디션 과정과 참여자의 주변 이야기가 재미있어 시청하기도 한다. 합격하면 덩달아 좋고 떨어지면 덩달아 안쓰럽다. 음악회에 가족들과 함께 나온 많은 어린이는 정말 트로트가 좋아서 손뼉치고 신이 났다기보다 공연장을 찾은 가족들이나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니까 덩달아 좋은 거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고 있어서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이 말은 꼭 트로트가 아니어도 어떤 스타일의 음악회든 함께 보러 가니 즐겁고 같이 손뼉 치니 신명 난다는 말이다. 음악회를 비롯해 모든 공연들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감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얻는 즐거움은 공연 자체에서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함께 보러 가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즐겁게 손뼉치며 보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기도 한다.
윤정인<뮤지컬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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