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 고엽제 진상규명 민간 조사단이 16일 기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 조사를 한 결과 주민 2명이 백혈병으로 숨지고 10대 2명이 같은 질환으로 투병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마셔온 지하수가 백혈병 유발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에 오염된 결과가 아닌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공식 원인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없는 한 충분히 의문을 가질 사안이다.
PCE 등은 기름 용해제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신경'생식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백혈병'간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됐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민간 조사단이 기지에서 유출된 독성물질에 대해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고엽제 의혹 제기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주민 건강 영향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장 먼저 이 조사부터 실시하는 게 순서인데도 이를 등한시한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17일 민간 조사단 발표를 지켜본 후 정부 차원의 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를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삼성물산이 실시한 환경오염 조사에서 기지 인근 지하수에서 먹는 물 기준치의 1천 배가 넘는 PCE가 검출됐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6월 한'미 공동 조사단 조사에서도 PCE가 기준치의 26배가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여전히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검토하겠다"는 것은 조사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기지 인근 주민들이 수만 명이 되는 것도 아니고 불과 50여 명 안팎인데 며칠이면 가능한 일을 몇 달씩 끄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당장 원인조사에 착수하고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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