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 2층 라운지에 모습을 드러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탄 여독 때문이었다.
볼트는 "오는 도중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볼트는 공항 내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 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에이전트와 팀 동료인 남자 400m 우승 후보 저메인 곤살레스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경찰 10여 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볼트를 밀착 경호했다.
청바지에 진한 군청색 모자, 짙은 파란색의 푸마(후원사) 신발과 구찌 선글라스, 파란색 계통 점퍼 차림의 볼트는 대구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후 2011 대구 대회 자원봉사자들의 티셔츠에 사인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질문에는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는 입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 와 본 적이 있다. 좋더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해 5월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당시 볼트는 남자 100m에서 9초86의 대회기록으로 우승했다.
볼트는 또 "대구스타디움의 트랙을 교체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존 트랙을 반발력이 좋은 이탈리아 몬도사의 트랙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세계기록 경신에 대한 희망을 표시한 말이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볼트가 100m(9초58), 200m(19초19)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한 트랙이 바로 몬도사 제품이었다.
하지만 민감한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지난달 1일부터 영국에서 개인 훈련을 해 온 볼트는 컨디션이 어떠냐는 질문에 "지금 바로 왔다. 대구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며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최선을 다해 잘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볼트는 "영국에서 비행기로 오는 동안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해 피곤하다"며 취재진의 질문을 부담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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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구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볼트는 스마트폰을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통역요원이 대구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하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단기 어학연수를 마치고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대구 효성초교 학생들이 볼트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즉석에서 응했다. 오후 7시 10분쯤 대구행 비행기에 오른 후 볼트는 피곤 때문인지 비즈니스석에 앉은 후 두 눈을 감은 채 휴식에 들어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기에 계속 있을 거니까"라며 더 이상 응하지 않았다.
오후 8시 30분쯤 대구공항에 도착한 볼트는 100여 명의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채 곧바로 대기 중이던 승합차를 타고 숙소인 그랜드호텔로 떠났다. 자메이카 시민서포터스들이 볼트를 행해 "우사인 볼트"를 외쳤지만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볼트는 17일부터 22일까지 경산시민운동장에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23일 선수촌에 들어가 2개 대회 연속 3관왕(100m'200m'400m계주)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영상취재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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