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는 도깨비 팀이었다. 슈퍼스타즈에 스타가 한 명도 없었으니 이름부터 놀림감이었다.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은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전설적인 팀"으로 정의했다. 초대 감독 박현식(1929~2005)조차 "우리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야구를 통한 정신 수양'"이라고 할만큼 전력이 형편없었다.
박현식은 인천에서 성장한 '짠물 야구의 간판'이었다. 1950, 60년대 부동의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실업무대에서 112개의 홈런을 날린 대스타였다. 제일은행 지점장으로 일할 때라 초대 감독 제의를 거절했는데 삼미 측이 매달렸다. 구단주와 "첫해는 넘어가고 내년에 우승을 기약하자"고 약속하고 취임했다. 그러나 기업가인 구단주의 생각은 달랐다. 시즌 초반 3승 10패를 기록하자, 냉혹하게 박 감독을 내쳤다. 취임 5개월 만이다. '스타 선수는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005년 오늘, 영면했지만 그때의 한(恨)이 남아있지 않을까. 요즘 삼미 슈퍼스타즈의 뒤를 이은 SK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 왕년의 대스타 이만수만큼은 성공한 감독이 되길 빈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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