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에 가면 '죽이는 수녀들'이 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운영하는 모현 호스피스센터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과 연극으로 나왔고, 그 제목이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이다. "무엇을 죽이세요?"라고 물으면 모현의 카리타스 수녀님은 웃기만 한다. 얼마 전 대구에서 조금 먼 그 곳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4년 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를 처음 시작할 때 벤치마킹을 위해서 여기저기 호스피스병동을 방문할 때가 있었다. 그때 성직자 겸 사회복지사이신 카리타스 수녀님을 처음 알게 됐고, 그때부터 그녀는 서투른 나의 호스피스 활동에 큰 힘이 돼 주었다.
이번에는 병원 일이 아니라, 아들 때문에 갔다. 방학 동안 아들의 호스피스 봉사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아들은 호스피스 봉사보다는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에 관심이 더 많은 대학교 1학년이다. 그래도 고귀한 일이란 자꾸 하다보면 하는 사람도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에 싫든 좋든 간에 호스피스와 자주 접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의 아들의 봉사는 의미가 없었다. 병원 식구들이 특별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현이었다.
"호스피스는 하느님이 뿌려놓은 마약이야. 자꾸 하다보면 멈출 수가 없거든. 김여환 선생님도, 나도 벌써 중독이 된 거야" 하면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카리타스 수녀님은 4년 전처럼 여전히 명랑소녀였다. 그도 그런 것이 혼자 호스피스를 하는 것도 부족해서 호스피스를 싫어했던 식구들을 데리고 다시 모현까지 간 것은 우리 가족에게서는 작은 '기적'이었다.
호스피스를 처음 시작할 때, 가족 반대가 심했다. 죽음을 다루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이유였다. 지치면 그만두겠지라며 남편은 무관심했고, 한밤에 수시로 걸려오는 응급전화 때문에 아이들의 불평도 심했다. 눈치 보면서 시작한 호스피스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삶에 욕심이 많았던 내가 가장 먼저 변했다. 그리고 달라진 나 때문에 가족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빨간 벽돌집, 모현 호스피스센터는 병원 느낌이 나지 않는 곳이다. 넓은 마당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고,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평화로움이 있다. 호스피스를 할수록 자연과 가까운 병동을 꿈꾸는 나로서는 모현 호스피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호스피스는 마지막 묵어가는 여관이다. 아무리 시설이 좋더라도 여관 주인이 따뜻하지 않으면 불편한데, '죽이는(재미있다, 끝내준다, 대단하다는 뜻의 속어) 수녀들'까지 있으니 모현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모현 호스피스같은 웰다잉센터가 곳곳에 자리 잡아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았든지 마지막에는 평화롭게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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