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에 있는 연골을 점점 잃게 되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노화현상 때문에 생긴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엔 그저 노인층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일부 환자에게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해서 '골관절염'으로 불린다. '어떤 원인'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 관절 연골의 일부를 잃게 되면 관절 변형이 생긴다. 특히 몸무게가 많이 실리는 고관절(엉덩이 관절), 무릎관절의 경우, 초기에 아주 작은 변형만 와도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관절 각도가 틀어지는 만큼 자세가 더 불안정해지고 특정 방향으로 몸무게가 더 쏠리기 때문. 결국 관절에 가까운 골의 과잉 형성 및 낭종, 관절 변형 등으로 인해 관절에 반복적인 동통, 강직감, 점진적인 운동 제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60%가량이 골관절염
관절염이 나타나는 빈도는 15~44세 5% 미만, 45~64세 25~30%, 65세 이상 60% 이상(일부 인구에서는 90%)이다. 노령 인구가 늘면서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55세 이하의 관절염 발생은 남녀 간 비율이 비슷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 환자가 더 많다. 대개 고관절 쪽은 남성이 많고, 손이나 무릎 관절은 여성 환자가 많다. 이런 차이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
나이와 성별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아울러 과체중이나 직업상 반복적 스트레스, 선천적 관절 형태 이상, 화농성 관절염, 관절부위 외상,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비롯한 염증성 관절 질환 등이 원인이 된다. 손가락 끝마디에서 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 가족적인 유전 경향이 있다. 고관절 관절염이 백인에게 많은 점으로 미뤄 유전이나 인종적 요소도 포함될 수 있다.
1차성(또는 특발성)과 2차성(또는 속발성)으로 나뉜다. 1차성(특발성)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나이, 성별, 유전적 요소, 비만 등이 선행인자로 여겨진다. 흔히 요추부(허리), 고관절, 무릎관절, 엄지발가락 첫마디(발 가까운 쪽 마디) 등에 잘 생긴다. 여성의 경우, 손가락 끝마디 관절이나 엄지손가락 첫마디 등에 흔하다.
2차성(속발성)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관절연골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외상, 질병 및 기형이 모두 원인이 된다. 고관절 발육 부전이나 무릎관절의 내반슬('O'형 다리)과 외반슬('X'형 다리)처럼 선천성 기형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화농성 및 결핵성 관절염 후 관절 연골이 파괴된 경우나 심한 충격이나 반복적 외상으로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또 성장호르몬 이상으로 생기는 말단 거대증과 당뇨병 등 내분비 이상이나 통풍, 조직 흑변증 등 대사성 질환으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
◆아직 예방 및 치료제 없어
연골은 연골세포, 물, 연골세포 사이의 기질로 이뤄져 있다. 기질 내 구성물질에 변화가 오면 이를 감지한 연골세포에서 여러 화학물질들을 분비하고, 이들 물질이 연골의 분해 및 파괴를 일으킨다. 초기엔 연골 표면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일부는 실처럼 너덜너덜해진다. 병이 진행하면서 표면이 울퉁불퉁해진다. 이렇게 갈라진 틈은 연골을 지나 연골 아래 뼈까지 진행된다. 불규칙한 연골 표면은 움직일 때마다 점점 깎여서 결국 연골이 사라지게 된다. 연골이 완전히 벗겨지면 연골 아래 뼈가 노출된다. 뼈 자체에도 변화가 생긴다. 주로 연골 아래 뼈가 지나치게 자라나 모양이 변한다. 관절액이 든 낭종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이다. 초기에는 관절이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다가 병이 진행될수록 지속적으로 통증이 있다. 관절의 운동 장애나 경도의 종창(붓는 것), 관절 주위를 누를 때에 압통 등이 있다. 관절면이 불규칙하거나 연골이 사라지면 관절이 움직일 때 마찰음도 생긴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관절염이 무릎관절에 생긴 경우, 관절 변형도 흔히 동반된다.
골관절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약물은 아직 없다. 그러나 진통 및 항염 작용을 가진 많은 약품들이 개발돼 사용 중이다.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약제가 현재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투여의 가능성이 있으며, 소화기계 및 혈액 응고기전의 부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에 약물 투여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 연골 파괴 방지와 생성에 관여한다는 약물들이 건강보조식품처럼 사용된다. 글루코사민과 황산콘드로이틴이 대표적. 연골 내 구성물질의 생성을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 증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해야
적당한 휴식과 균형있는 운동으로 증상을 낫게 할 수 있다. 휴식이 좋지만 너무 오래 쉬면 오히려 근육이 위축돼 관절에 더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근육 강화운동이 필요하다. 수영, 자전거타기 등이 추천되는 운동법이다.
통증이 심한 관절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입하면 몇 시간이나 며칠 내에 통증이나 붓기가 사라진다. 운동하기도 수월해지며 이런 호전은 몇 주나 몇 달간 지속된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면 습관성이 되기 쉽다.
또 스테로이드 자체가 연골의 변성을 촉진시켜 전체적인 질환의 진행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스테로이드 주입 시 2차 감염의 가능성이 높고, 일단 감염돼 화농성 또는 결핵성 관절염 등 합병증이 생기면 관절을 파괴시키는 동시에 환자 생명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3개월 이하의 반복주사나 1년에 3, 4차례 이상 사용은 가급적 피해야 된다.
비수술적 치료에도 관절 변화가 계속 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관절 내에 있는 뼛조각 등 유리체 제거, 활막 절제술, 골극 제거술, 절골술, 관절성형술 및 관절고정술 등이 있다. 절골술은 관절염이 중등 이하이거나 관절 한 부분에만 발생한 경우에 쓰인다. 관절 정렬을 바로잡아 하중이 가해지는 부분을 바꿔 진행을 막는다.
관절성형술이나 고정술은 관절염이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때 시행한다. 관절성형술의 대표적 방법으로는 인공관절이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손목 부위처럼 인공관절 수술이 어려운 곳은 관절고정술이나 자가 조직을 이용한 성형술이 쓰인다.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처럼 큰 관절의 경우, 관절고정술보다 인공관절을 먼저 고려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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