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사막을 지나갈 때 우리들의 사랑이 얼마나 추상적이었나를 깨달으리라. 몬순풍이 불어오는 맥시코灣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선인장들을 간간히 보리라. 울지 말아라 가시투성이 그대가 홀로 남아 사막의 주인이 된다면 기쁘지 않겠느냐. 저 농염의 햇살이 작은 풀잎의 그늘까지 파고들어 오금을 떼지 못하는 뿌리 곁에 누우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이느냐. 우리의 속삭임이 얼마나 분명하게 들리느냐. 그 어떤 뜨거움으로 불러도 껴안지 못하고 그리움 사무친 가시를 매단 채 우리의 사랑은 지금 사막의 중심을 걸어가고 있다.
사막은 동경이며 실재이고, 감탄이며 참혹이죠. 아무리 입이 거친 사람도 사막 앞에 오면 입을 콱 닫습니다. 그간 지껄여 댄 논리나 미학 운운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는 까닭입니다. 기약할 수 없는 시종이 거기 있음을 보는 까닭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수식했던 사랑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추상적이었는지 깨닫게 하지요. 사막 전체가 거대한 거울이어서 내 모습이 다 비쳐요. 아아,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얼하고 있었는지, 그 근원의 질문 앞에 울음이 터지지요. 부끄러워서, 살아있음이 송구해서, 몸 둘 바를 모르지요.
그런데 시인이 그걸 알려주네요. 선인장처럼 가시투성이 그대가 이 사막의 주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사무친 그리움 묻은 채 사막의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뜨거워 견딜 수없는 이 공간에서 생존이란 얼마나 구체적이냐 이 말입니다.
프랑스 시인 오르탕스 블루의 시를 옮겨 이 시의 끝자락에 홑이불처럼 폅니다. "그 사막에서/그는 너무나 외로워/때로는 뒷걸음질로/걸었다/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보려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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