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무게의 5% 이상 지방이 침착(밑으로 가라앉아 들러붙거나 고이는 것)된 경우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염증 없이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침착한 것은 '단순 지방증', 주변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은 '지방간염'이라고 한다. 지방간염인 경우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지방간 환자 중 5~20%가량이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30~40%는 간이 딱딱해져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간경화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지방간에 대한 관심이 낮다. 대한간학회가 최근 전국 12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천775명을 대상으로 지방간과 간 질환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 25%는 지방간이 나이가 들면 자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지방간 환자 52%는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병원에 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상이 없어 더 위험한 지방간
지방간은 음주로 생기는 '알코올 지방간'과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시는 경우에 오는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 지방간인데도 장기간 술을 마시면 알코올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고, 폭음으로 알코올 간염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알코올 지방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주 원인은 과체중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다.
염증이 동반된 지방간염은 장기간에 걸쳐 간 손상이 진행되고, 간경변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 밖에 갑작스런 체중 감량,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와 같은 약제 때문에 지방간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과체중 및 비만과 관련이 있다.
지방간 자체로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간혹 피로감과 식욕 부진, 복부 윗쪽 불쾌감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강검진을 받은 다음 간수치(ALT'AST) 이상이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으로 판정받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한간학회가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75만 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중 65%, 고혈압 환자 중 48%, 대사증후군 환자 중 36%에서 지방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 지방간이 심한 사람은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 부위 경동맥에도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 뇌졸중 발생 위험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식이요법, 운동이 약
알코올 지방간의 경우, 술을 끊는 것만으로도 4~8주 내로 매우 좋아진다. 비만에 의한 지방간인 경우,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조절, 고지혈증인 경우 지질강하제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보다 더 낫다고 알려진 약은 아직까지 없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제(주로 당뇨병 치료제)나 항산화제(비타민E'비타민C), 간장 보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체중 감량을 할 때엔 현재 체중의 10%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너무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참고로 표준체중은 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후 0.9를 곱한 것이다.
식사는 거르지 말고 한 끼 분량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다. 야식과 과식을 피해야 한다.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은 고기는 피하고,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는 삶은 음식이 좋다. 피자, 햄버거, 라면, 우동, 커피크림, 초콜릿은 좋지 않다.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지방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내리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춘다.
운동은 각자 상황과 체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주로 빠르게 걷기, 달리기(러닝머신'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 에어로빅댄스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일 주일에 3차례 이상, 한 번 운동시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약제나 체중감량 수술은 고도비만의 경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체중감량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갖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권장하는 방법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은종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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