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생업도 접고 유류비까지 자부담하면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하는 관광버스 기사가 있다. 이관옥(50'쌍마고속관광 소속) 씨는 자신의 28인승 최신 리무진 대형 버스를 동원, 이달 15일부터 대회 선수촌과 도시철도 1호선 율하역 사이를 왕복하며 선수촌 근무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의 봉사 활동은 대회가 끝나는 다음 달 5일까지 계속된다.
이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500명이 넘는 이용객들을 매일 실어 나르지만 버스 임대료(하루 40만원 상당)나 유류비 지원은커녕 수고비도 일절 받지 않는다. 선수촌-율하역 왕복 횟수만 60회에 달해 하루 유류비만 13만원이나 든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사비로 사먹는다. 말 그대로 '완전 무료 봉사'다.
이 씨는 이 일을 자초(?)했다. 먼저 대회 조직위원회에 전화해 봉사하겠다는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환영'받지 못했다. 이 씨는 "'뜬금없이 왜 하려고 하는지' 의아해하고 회사를 홍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오해했던 것 같다. 이틀 동안 연락이 없다가 전화가 와서 '일단 버스를 가지고 와보라'고 했다"며 "출고된 지 1년도 안 된 최신, 최고급 버스(1억8천만원 상당)인데다 30년 무사고 운전과 교통봉사대 근무 경력 등을 알고는 다른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애초 조직위에선 버스 운행을 아침 시간에만 해달라고 했지만 이 씨가 오히려 조직위에 건의해 밤까지로 늘렸다. 이 씨는 "버스 운행 봉사를 하면서 선수촌 자원봉사가 3교대로 운영되고 낮에도 선수촌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봉사자가 많은 것을 알았다"며 "봉사자들의 주 업무가 선수촌 청소다 보니 너무 힘들어 일을 마치면 녹초가 되는데 여름 한낮 땡볕에 지하철역까지 걸어 나오는 것이 안쓰러워 낮에도 하겠다고 건의했고, 결국 직원, 봉사자들이 다 퇴근하는 밤까지로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버스 운행 간격도 애초엔 20분이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버스 대기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아 이 역시 이 씨가 '버스를 더 돌리겠다'고 건의해 10분 간격으로 좁혔다.
이 씨의 고향은 충북 청주다. 고속버스회사에서 근무하다 15년 전 대구로 전입해 온 그에게 고향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 씨는 "제2의 고향인 대구에서 큰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알고 동참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청주에서 고속버스회사에 근무할 때도 교통봉사대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는 등 봉사하는 게 그냥 좋다"고 말했다.
집에선 좋아할 리가 만무하다. 특히 여름 막바지 피크 때 20일 동안 생업을 접는 것은 가계 생활에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내가 뜻을 같이하면서도 '20일은 안 된다. 정 하고 싶으면 기간을 줄여라'고 했다"며 "그러나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생각에 20일 동안 봉사를 강행하기로 했고, 아내도 결국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 씨는 "선수촌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수고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피로가 싹 가시고 힘이 절로 난다"며 "이번 대회 기간 중 기회가 된다면 대구나 김해공항에 도착한 외국 선수단을 선수촌까지 태워 오는 봉사도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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