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교과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이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려면 지역 거점대 육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며 "지역 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장 직선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장 직선제는 현재 전국 43개 국립대 중 카이스트, 울산과기대, 한국철도대학을 제외한 40개 국립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국립대에서 총장 직선제가 선거 과열, 대학 내 파벌 형성 등의 부작용을 노출시켜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장관은 "새로운 총장의 취임 기간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며 "현재 지역 국립대는 교수 수준도 상당히 높고 여건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선출 제도 보완을 통한) 총장의 리더십만 조금 강화하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장 직선제 폐지를 놓고 국립대 구성원들 사이에선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함인석 경북대 총장은 "(총장 직선제는) 진작에 폐지돼야 했다"며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학들의 경쟁력이 지금처럼 추락한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의 원인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직선제로 인해 대학 경영의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경영의 민주성은 높였지만, (총장의) 소신 있는 대학 경영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 공약 이전에 총장 후보와 교수 간의 친소 관계로 표가 갈리다보니 선거운동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당선 후에는 지지세력의 눈치를 보는 부작용이 반복되는 게 직선제 대학의 모습이다. 경북대 경우 1990년 김익동 총장 취임 후 올해로 20년째 직선제 총장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역 사립대가 총장들이 강한 리더십을 토대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지역 국립대는 경영 실패로 위상이 급락하고 있다"며 총장 직선제 폐지를 대안으로 얘기했다.
반면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이하 국교련)는 총장 직선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형기 국교련 상임회장(경북대)은 "총장 직선제에 문제가 있다면 간선제의 장점을 접목하거나 선거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식의 보완책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작정 직선제를 폐지하면 과거 임명제의 폐단을 반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 풍토에서 총장 임명제가 시행되면 권력과 가까운 사람이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대학 캠퍼스가 외부 영향에 의해 정치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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