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 물리친 공부땀 빛나는 박사학위를"

뇌성마비 1급 김재익씨 대구대서 '감동의 졸업장'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김재익(48)씨가 19일 대구대에서 뇌성마비 근로자의 직업활동을 돕는 내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김재익(48)씨가 19일 대구대에서 뇌성마비 근로자의 직업활동을 돕는 내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고용과 직업활동 지원을 위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따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뇌성마비 근로자의 직업유지에 미치는 예측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19일 대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재익(48) 씨. 직업재활사인 김 씨는 중증 장애인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6년 늦깎이로 대구대 직업재활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이후 부인과 함께 전동 휠체어를 타고 매주 2, 3번씩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 끝에 박사학위를 따냈다.

직업재활과 늦깎이 입학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그가 학위를 받기까지는 대구대에서 재활심리학을 전공한 부인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다. 김 씨는 "항상 옆에서 묵묵히 손발이 되어준 아내가 없었다면 박사학위 취득은 처음부터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인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씨는 태어나자마자 앓은 열병으로 뇌성마비 1급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초'중'고교로 학교를 옮길 때마다 이사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김 씨는 그 덕분에 부산 동아대학교에 진학해 철학전공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대구대 직업재활학과에 다시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취업이었다.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이 취업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50군데가 넘는 기업체에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취업 실패로 인한 실망과 좌절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그의 딱한 사정을 들은 지인이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전라북도 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재활센터에서 직업재활사로 일하게 된 것.

그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상담과 직업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열심히 일했다. 2003년에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직업재활 관련 제안서가 채택돼 한국뇌성마비 장애인연합회에서 중증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자립생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서울 강남에 '굿 잡(Good Job) 자립생활센터'를 설립,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자립생활지원 조례 제정, 중증장애인의 직업안정을 위한 '근로지원 서비스' 제도화 등 다양한 정책 제안과 권익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씨는 이런 열성적인 활동들로 2007년에 대통령이 수여하는 '장애극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애인 고용 활성화 바램"

그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취업이 15개 장애유형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며 "뇌성마비 장애인을 비롯한 중증 장애인의 고용 활성화와 직업 유지를 위해 이번 연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차별 해소와 인권 신장을 위한 정책 개발에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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