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홍고추 1㎏이 안동에서는 4천500원, 영양에서는 2천200원하는 현실에서 안동 판매에 나선 농민들만 비난할 수 있습니까. 영양고추 명성 지키기를 위한 재정지원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영양지역이 '영양산 고추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해마다 고추 수확철만 되면 타 지역산 고추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영양지역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진입도로를 차단하는 등 '영양고추 명성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는 영양 홍고추 가격이 인근 안동지역에서 두배 정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오히려 '영양 홍고추 안동 유출 막기'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 같은 역전현상은 올해 건고추 가격이 사상 첫 1만원선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홍고추 시장도 수매와 경매에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안동지역 경매시장으로 내다판 농민들에 대한 평가를 두고 '영양고추 명성에 먹칠한다'와 '행정기관이 영양지역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없는 상태에서는 당연하다'로 반응이 엇갈리는 등 자칫 농심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영양군 고추생산농 A(57'입암면) 씨는 22일 서안동농협 고추유통센터 홍고추 경매시장에서 1㎏당 4천500원의 사상 최고가를 받았다. 홍고추 3.5㎏을 말리면 건고추 600g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A씨는 건고추 600g에 무려 1만5천750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경매가격을 받은 것이다.
이날 이 농협에서 A씨를 비롯해 영양지역 고추농들이 내놓은 '영양고추'는 대략 10여t으로 평균 3천900~4천원의 높은 가격에 중간 상인들에게 팔려 나갔다.
이달 1일부터 홍고추 수매에 들어간 서안동농협 고추유통센터에는 하루 평균 2~3t의 영양고추가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북안동농협 홍고추 공판장에서도 영양 석보면의 고추농 B(62) 씨가 1㎏당 4천460원의 초고가 경매기록을 세웠다. 이곳에도 영양지역에서 하루 평균 3~4t이 수매장에 나오고 있으며 대부분 3천7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농협과 계약된 중간 도매상들은 "예년 같으면 영양유통공사와 남영양농협 등 계약 물량 때문에 영양 현지에서도 영양고추 구입이 어려웠다"며 "영양고추는 선별에서 타 지역산과 차별된다. 이 때문에 도매상들 사이에서도 영양고추 구입에 경쟁이 심해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작 영양지역 가공업체들은 영양고추 물량 확보에 비상이다. 특히 해마다 홍고추 계약 수매를 통해 고춧가루 가공에 나서고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몇 차례의 수매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계약 물량에 턱없이 부족한 수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달 8일부터 홍고추 수매에 나선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지난해 1㎏당 1천700원하던 수매가를 50원 인상해 책정했다가 2천200원으로 한 차례 조정 인상, 22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1㎏당 3천원(특등품 기준)까지 다시 조정했다.
권영택 영양군수도 22일 영양지역 고추농가들에게 서한문을 발송하고 전국 최고의 으뜸농산물인 영양고추의 명성을 보존하기 위해 타 지역 유출방지 등 농가들이 솔선수범해 줄 것을 호소했다.
영양 고추생산농들은 "안동지역에서 영양 홍고추가 4천원이 넘게 거래된다. 영양고추의 명성과 인기는 지역을 떠나서 더 크게 얻는데도 영양군과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재원지원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서 "안동시장으로 가는 농민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동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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