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8시 울진군 울진읍 읍내리 W마트. 떠들썩한 음악과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회자가 농을 던질 때마다 노인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사회자가 "우리 어머님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더니, 아들 밥값이라도 하게 물건 하나 팔아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노인들은 지갑을 열었다.
정에 굶주린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판촉행위가 농촌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문을 닫은 마트를 빌려 임시천막으로 외부와 차단한 채 장판, 생활용품, 매트 등을 판매한다. 처음에는 입담 좋은 할머니들을 섭외한 뒤 "좋은 구경거리 있으니 사람을 모아달라"며 요구한다. 할머니는 사람들을 모은다. 30, 40대 남성들이 나타나 할머니들을 "엄마, 어머니"라고 부르며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흥을 돋운다. 자식들과 손자녀로부터 외면당한 서러움에 할머니들은 한순간에 마음을 열고 그들과 어울린다.
이들의 물품판매 전략은 단순하다. 첫날은 화장지, 세제, 식용유 등 비교적 저렴한 생활필수품을 미끼로 던진다. 대부분의 할머니는 공짜 생필품에다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유혹에 다음날 어김없이 친구를 동반하고 다시 찾는다. 할머니가 늘어나면 팀이 생기고, 팀마다 영업사원이 붙는다. 며칠간 장기자랑과 팀별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후 팀별 놀이는 영업성과 경쟁으로 이어진다. "엄마, 우리 팀 판매실적이 제일 저조해요. 체면 좀 세워주세요"라는 식이다.
이곳에서도 이들의 전략은 적중했다. 장판과 매트 등 판매물품의 가격이 50만원에 달하지만 판단력이 부족한 노인들은 이들의 상술에 속아 물건을 구입하고, 그 부담은 자녀에게 넘긴다. 속아 산 물건을 반품하고 싶지만, 어머니들이 가만있지 않아 자식들은 속만 태운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숯장판을 50만원에 구입한 김모(80) 할머니 때문에 아들 황모(60) 씨는 마음이 불편하다. 물건을 반품하려고 하면 할머니가 "노인들 즐겁게 해주는 애들한테 왜 그러냐"며 버럭 화를 내기 때문이다. 황 씨는 "정에 약한 노인들을 상대로 시중가보다 몇 배 비싸게 물건을 팔고 있지만 제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사기판매단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건강용품의 효능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과잉서비스나 공짜 사은품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서를 받아둔 뒤 14일 이내에는 반품이나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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