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에 있는 중앙로는 예전에는'중앙통'이라고 불리면서 도심의 중심가로 명성을 지켜왔다. 땅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도시계획에서 제외되면서 제대로 개발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좁은 도로 폭을 유지하면서 교통체증을 유발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구시는 2009년 12월부터 중앙로 전체를 '대중교통전용지구'이른바 트랜짓 몰(Transit Mall)이란 것을 도입했다. 대구시가 내세운 명분은 도심의 혼잡한 교통난 해소와 죽어가는 도심의 상권을 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실시한 지 만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중앙로를 비롯한 주변의 약령시 등의 상권은 죽어가고 있다. 이것은 택시와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973년 미국 플로리다(Florida)주의 탬파(Tampa)시는 다운타운 거리인 프랭클린가의 5개 블록을 대중교통지구로 만들어 일반 차량의 통행을 금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재앙이 됐다. 프랭클린가 북쪽(North End)에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입구를 널빤지로 못 박은 상가 수가 점점 늘어났다. 남쪽(South End)에 즐비하게 있던 오피스 빌딩 거리는 점심시간 이후 고스트타운이 되었다. 한 마디로 도심은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2000년 들어 탬파시 상가연합과 부동산 시행업자인 윌슨은 힘을 합쳐서 적어도 정오 이후의 시간에는 차량통행을 재개하는 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탬파 시의 예산과 행정지원 부재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유학시절 만난 탬파시 도심상가번영회 회장인 짐 클로우 씨는 "이 같은 현상은 북미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심의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대학 부설 연구소인 행동과학연구소(Behavioral Science Lab)에서 근무할 당시 신시내티 다운타운에 있는 전통시장인 핀들리 마켓(Findley Market)으로 지나가는 엘름(Elm)가와 레이스(Race)가의 구간에 차량통행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금지 전과 금지 후의 상권을 비교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여러 주요 도시에서 이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예전부터 묶여 있는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해제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대륙에는 1959년부터 200개 이상의 거리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대중교통지구로 남아 있는 곳은 30군데뿐이다.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오래곤주의 유진 같은 대도시들과 동계올림픽의 도시 캐나다 켈거리의 8번가에서도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지구 설정은 도시경제학(Urban Economics)적인 분석은 물론이고 간단한 경제 논리로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정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의 가장 큰 이유로 교통 혼잡을 든다. 교통이란 것은 물 흐름과 같아서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한산해진 도심은 다른 곳의 정체를 의미한다.
현재 대구 중앙로는 사방에 연결되어 있는 약령시, 동성로, 반월당네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져있는 금융가와 새로 들어선 대형 백화점이 연결돼 있다. 중앙로를 대중교통지구로 계속 묶어 놓는 한 동서로 연결되는 도로는 더욱 더 혼잡해질 것이고 중앙로 상권은 더욱 쇠퇴할 것이다. 현재 동성로의 일부 구간 중 차량통행을 아예 금지해 놓은 거리는 점점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 다운타운의 교통은 혼잡한 것이 당연하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말끔하게 차량소통을 금지해 놓은 거리를 행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인들은 누구를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나.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재정비를 위해 대구시가 쏟아부은 100억원가량의 예산과 대구 도심의 활성화 중에 어디를 저울질해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남병직(한국경제인연합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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