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트랙을 처음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린 것은 아니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개최국의 규정과 관습에 따라 시계 방향과 같은 오른쪽으로 뛰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많은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 국제 육상 관계자들의 회의 끝에 제2회 파리 올림픽 때는 왼쪽으로 돌게 됐다. 이후 논란을 거듭한 끝에 1913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지금처럼 왼쪽으로 도는 규칙을 채택했다. 결국 트랙을 왼쪽으로 돌게 된 것은 오른손잡이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그렇다면 왼쪽으로 뛰는 것이 기록 향상에는 도움이 될까? 동신대 산업공학과 정화식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인간공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무작위로 선정한 한국인 2천437명 중 86.3%(2103명)가 오른손잡이였다. 왼손잡이는 5.8%(141명), 양손잡이는 7.9%(193명)에 그쳤다. 국제적인 자료에서도 오른손잡이는 약 85%로 월등히 많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과 오른발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오른쪽의 근육이 더 발달, 달리기를 할 때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더 많이 나가게 돼 있다. 트랙을 돌면서 바깥쪽의 다리가 더 넓고 힘 있게 뛰어야 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들은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 트랙의 곡선주로를 도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며 편안하게 된다.
오른손잡이는 주로 사용하는 오른쪽 다리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공을 찰 때는 오른발을 주로 사용하며, 바지를 입을 때도 왼발로 딛고 오른쪽 다리를 먼저 입곤 한다. 또한 오른손잡이는 체중이 왼쪽 다리로 쏠리게 되면서, 한 발씩 딛고 체중을 측정하면 왼쪽 다리를 딛고 측정하는 경우가 더 무겁게 나타난다.
심장의 위치가 왼쪽에 위치하는 것도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즉 오른손잡이는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중심을 왼쪽에 두고 축으로 하며, 오른쪽 다리를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이 자연스럽고 기록도 더욱 좋게 나타난다. 왼쪽 다리는 축이 되고 오른쪽 다리는 추진력을 주로 발휘하는 기능을 담당하면서 곡선주로를 달릴 때 원심력을 최소화하게 된다. 사이클 경기나 경마와 같이 트랙을 이용하는 종목은 모두 왼쪽으로 돈다.
사실 트랙을 왼쪽으로 도는 규칙은 왼손잡이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으로서 이에 대비한 훈련이 요구된다. 훈련 과정에서 트랙을 왼쪽으로 도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공평한 경쟁을 위해서 트랙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2차례 뛰게 하는 것은 어떨까?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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