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21일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한일 재즈스트리트'를 진행한 대구국제재즈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축제 기간 내내 주변 상인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리허설 때는 음향을 최대한 줄여 연습했지만 본 공연 때는 원래 음량으로 진행하자 소리가 커질 때마다 상인들이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다. 공연 전에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상인들은 영업에 방해된다며 반발했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국제 규모의 축제인데도 상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푸념했다.
8억원을 들여 지은 동성로 야외무대가 중구청의 눈치보기식 운영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소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중구청은 상인들의 눈치만 보며 행사가 열릴 때마다 주최 측을 찾아가 "스피커 볼륨을 낮추라"고 끊임없이 요구, 행사나 공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해 8월부터 야외무대를 이용하려면 주변 상인들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아 오도록 강요하고 있다. 상인들이 "시끄러운 행사 때문에 매출이 떨어진다"며 민원을 제기한다는 게 이유였다. 야외무대에 거는 플래카드의 크기도 가로 7m, 세로 90㎝로 제한했다. 플래카드가 너무 크면 인접 상가를 가려 상인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는 것.
최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독도 캠페인을 하려던 대학생 이모(27) 씨도 중구청의 무리한 요구에 애를 먹었다. 이 씨는 음향 장비의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야외무대 주변 상가 20여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소음 피해에 대한 양해를 구해야 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한 상인이 찾아와 "스피커 음량이 이 정도로 높은지 왜 알려주지 않았냐"며 격렬하게 항의해 이 씨는 크게 당황했다.
이 씨는 "상인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시민 세금으로 지어진 야외무대를 쓰는데 주변 상인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했다.
시민단체와 상인들은 중구청이 갈등 해결을 미룬 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운영을 맡은 구청이 모든 책임을 야외무대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
대구인권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행사 담당기관이 행사 승인 여부를 주변 상인들에게 맡긴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상인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야외무대 행사가 있는 날은 평소에 비해 매출이 20% 줄어든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구청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행사 신청자들과 서로 양해하고 협조만 하라고 한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행사 신청자들에게 주변 상인들을 찾아가라고 한 것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시민들과 상인들 간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현장점검을 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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