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라!
성경에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시인 워즈워드가 말했다.
대구 야구장에서는 파울 볼을 주운 어른들은 자기 주변에 어린이가 있으면 반드시 그 아이에게 공을 줘야 된다. 만약에 그냥 제 호주머니 넣기도 하는 날에는 "아 조라(애한테 공 줘라)"라는 함성이 온 운동장에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 초창기에는 웃자고 하던 그 소리가 이제는 대구 야구장의 불문율이 되고 말았다.
지난 6월 20일 미국에서 한 어린이가 더 나이 어린 아이에게 파울 공을 준 일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맥밀런(12)이란 어린이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를 보러 갔다가 파울 공을 안내원에게 모자를 내밀어 받았다. 예기치 않는 행운에 흥분한 소년이 신이 나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몇 사람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 공을 얻지 못한 6살 난 꼬마가 엄마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맥밀런은 주저 없이 계단을 다시 내려가 그 소년에게 공을 쥐여줬다. 마침 이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광경을 보던 그날 방송 해설자 중 한 명이던 전직 다이아몬드 백스의 전설적 1루수였던 마크 그레이스는 그 소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자기 사인이 들어간 야구 배트를 선물했다. 다이아몬드 백스 팀은 더 큰 선물을 그에게 주었다. 22일 다른 팀과 벌인 경기에 그를 초대해 시구를 하게 했고, 소년의 이름이 새겨진 공식 팀 유니폼을 증정하는 행사도 가졌다.
대구 야구장에서는 어른이 어린이에게 야구공을 준다. 미국에선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야구공을 준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만약에 맥밀런이란 어린이의 행동이 TV에 중계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큰 행사가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워지려면 그 행동이 알려져야 되는 것이다. 마치 꽃이 피려면 꽃에 물을 주어야 되듯이 말이다.
왜 우리 언론은 이런 행복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 기자들 눈에는 선수들의 기술과 경기의 승패만 어른거리는 것일까? 스포츠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지 우리 언론은 다시 한 번 깊은 묵상을 해 볼 일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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