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인간 승리'의 스포츠영화들

스포츠영화는 늘 감동스럽다.

인간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기에 항상 고통과 역경이 수반되고, 그러기에 승리는 더욱 값지다. 역대 최고의 스포츠영화는 뭘까?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인터넷무비 데이터베이스(IMDB)가 뽑은 역대 최고 스포츠영화 50'에서 1위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1980년)가 차지했다. 미국 영화연구소(AFI)도 역대 최고의 스포츠영화로 뽑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성난 황소'는 한 남자의 욕망과 몰락을 가족과 마피아의 관계를 통해 잘 그려낸 흑백영화다. 특히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이다. 경기 직전 링 위에 오른 한 남자가 안개처럼 희뿌연 배경 속에서 몸을 풀고 있다. 군데군데 플래시가 터지고, 이 남자는 슬로 모션으로 링 위에서 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 배경으로 흐르는 이 오프닝은 이 남자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삶과 욕망이 덧없는 꿈이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2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년), 3위는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1961년)가 차지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권투영화다. 1위, 2위를 비롯해 5위의 '신데렐라 맨'(2005년), 8위의 '록키'(1976년) 등 10위권 내에 4편이나 포함돼 있다.

'록키'는 필라델피아 뒷골목 한 무명 복서의 위대한 인간승리를 그린 걸작이다. 사각의 링에서 끝까지 버텨 살아남아야 하는 그의 생존 투쟁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 자기 가치를 확인시키는 고양된 의식을 보여주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50위 안에는 야구나 미식축구를 그린 영화도 많아 미국적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11위 '꿈의 구장'(1989년), 13위 '야구왕 루 게릭'(1942년), 20위 '내추럴'(1984년), 22위 '리멤버 타이탄'(2000년), 29위 '제리 맥과이어'(1996년) 등이 포진돼 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내추럴'은 천재 야구소년이 방황하다가 타자로 재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홈런 볼이 야구장 전광판에 맞으면서 폭죽처럼 불꽃이 터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스포츠영화의 매력은 승패가 아니다.

"난 보잘 것 없는 인간이야. 하지만 상관없어. 시합에서 져도 어쩔 수 없어. 아폴로가 내 머리를 박살내도 별로 상관이 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끝까지 가진 못했거든. 내가 그때까지 버티면,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록키는 승리를 위해 도전한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대한 인간승리는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중기 객원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