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블루아크 마당쇠"…경기 진행요원들도 맹훈

유니폼 운반·시설 설치 등…매끄러운 경기진행 '톱니'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경기진행요원들이 바구니를 들고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경기진행요원들이 바구니를 들고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3일 오후 4시쯤 대구스타디움 트랙 100m 출발선. 플라스틱 바구니를 든 대학생 8명이 일렬도 섰다.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장이 큰 목소리로 "우향~우" "앉아" "일어~서" "열중쉬어"라고 외치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한 사람도 어긋남이 없었다. 8명 모두 신장도 비슷했고, 바구니를 두 손으로 쥔 채 가슴 높이까지 치켜든 자세도 같았다. 이들을 지도하던 김국현 심판(문창고 교사)이 "사람 간 거리를 일정하게 맞춰"라며 불호령을 내리자 학생들은 옆 사람을 둘러보며 위치를 교정했다.

이들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트랙경기에 투입될 경기진행요원들이다. 대구교대 대학생 50명으로 구성된 이들 경기진행요원은 선수들이 트랙경기 출발 전 벗은 유니폼을 탈의실까지 옮기는 것이 임무다. 소위 '유니폼 배달부'인 셈이다. 8명씩 6개조로 구성된 이들 경기진행요원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모든 트랙경기에 투입된다. 2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요원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업무 같지만 세계 최고의 육상대회인 만큼 빈틈없는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수만 명의 관중과 수십만 명의 TV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어긋난 모습을 보이면 금세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회 조직위는 22일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강도 높은 현장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심판은 "8명 모두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키도 비슷한 사람을 같은 조원으로 했다"며 "현장이 시끄러운 탓에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 모두 유경험자라는 것. 5월 열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다. 대회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겨냥해 지난해부터 지역 대학의 체육학과 학생들을 선발해 시간을 두고 훈련을 시켰다.

경기진행요원 황혜원(21'여) 씨는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보고 지원했고, 대회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며 "5월 대회에서도 경험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지역 대학교 체육학과 대학생 280여 명을 선발해 경기운영요원으로 투입한다. 경기장의 스타팅블록과 허들 설치 및 운반, 경기장~준비운동장 간 이동차량 운전, 마라톤과 경보 등 로드 레이스용 장비 설치 및 운반 등에 활용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경기진행요원은 심판들과 동선을 같이하면서 대회 진행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며 "대학생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이 되고, 대회 조직위 입장에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좋은 인재를 활용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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