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드라마 잇따라 3편 출연 신세경

청순글래머 "감사하죠"

배우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변신해야 한다. 한 가지 틀에 박혀 있으면 이미지는 고정화되고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기 힘이 든다. 그녀에게 '청순글래머'라는 별명을 안겨준 작품이 끝난 지 2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청순글래머'라는 수식어가 팬들에게 가장 익숙하다.

배우 신세경(21)은 충무로와 방송국에서 탐내는 인재 가운데 한 명이다. 영화 '신데렐라'(2006) 등에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으나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후 '서태지 소녀'(8세 때 서태지 5집 수록곡 '테이크 5' 포스터 모델로 데뷔)라는 별명도 남다르게 주목받았다.

신세경은 '청순글래머'라는 별명에 대해 '감사한 칭찬'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좀 더 듣고 싶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을 하잖아요. 그 표현이 악용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그녀는 다음 달 1일 개봉 예정인 '푸른 소금'을 시작으로, 영화 '비상:태양 가까이',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등 올해 말까지 연거푸 3편의 작품으로 관객 혹은 시청자를 만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할까.

"사실 어떤 매력을 가졌다고 얘기하기에는 저보다 월등한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제가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닌데 사랑해주는 것은 운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 연장선상으로 '인복'도 '끝내준다'고 또 배시시 웃는다. "송강호 선배(푸른 소금)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다음 영화에서는 비 오빠(비상:태양 가까이), 드라마에서 한석규'장혁 선배(뿌리 깊은 나무)와 함께 연기하잖아요. 얼마나 신기해요. 천운에도 견줄 만한 행운인 거죠."

굉장한 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어떨지 기대와 관심이 크다. 세 편 중 가장 먼저 선을 보이는 '푸른 소금'은 특히나 남다르다.

신세경은 극 중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은퇴한 조직 보스 두헌(송강호)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의 곁을 맴도는 전직 사격선수 세빈 역을 맡았다. 시간이 흘러 감시를 그만하고 사살하라는 명을 받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만약 세빈이 전직 사격선수가 아니라 킬러였으면 죽이고 살리는 상황에서의 갈등 폭이 좁았겠죠. 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큰 매력이 두 주인공의 관계에 있어요. 러브라인이라고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느낌의 관계예요."

신세경은 호흡을 맞춘 송강호라는 선배 연기자를 "울타리 같았다"고 비유하며 그의 도움으로 심적 안정감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주변에 각종 무서운 짐승이 득실대는데 저를 지켜주는 울타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촬영이 다 끝났는데 그 울타리를 치우는 느낌이었죠. 실제로 겁이 났거든요. 그만큼 도움을 받은 부분이 컸어요."

그는 "송강호 선배는 내가 한참 후배지만 절대로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것 없이 최대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지켜봤어요. 이현승 감독이 뭔가를 원할 때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송강호 선배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줬어요"라며 고마워했다.

신세경은 전직 사격선수이기 때문에 총을 잘 다뤄야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습장에서 처음 쏴 본 총알도 과녁 정중앙을 거의 맞혔고, 지금도 사용한 총의 조립과 분해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의 말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지만 막상 '푸른 소금' 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가니 무섭고 걱정된다고 했다.

"제가 굉장히 담대한 편인데요. 기술 시사가 끝나니깐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연기한 부분에 대한 걱정이죠. 송강호 선배는 두말할 필요 없고 모든 영역 스태프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을 텐데 혹시 제가 누가 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에요."

그래도 100회 차가 넘는 힘들고 고된 촬영 덕분인지 "이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집현전 학사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24부작이나 되는 SBS TV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조금은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궁녀인데도 옷을 너무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좋아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신세경은 8개월 동안 사귀었던 그룹 '샤이니'의 종현과 결별 이후 그에 대한 물음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종현과 친구로서 잘 지내느냐'고 하자 고개를 푹 숙이고 묵묵부답이었다. 관련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작품 얘기에만 몰입했다.

다만 '푸른 소금'에서 20살이 넘는 나이 차임에도 미묘한 관계를 보이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많은 나이 차를 극복할 수 있느냐고 묻자 "남자, 여자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게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며 "나이에 상관없이 생각이 통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신세경은 현재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가족이라고 했다. 쉬지 않고 내리 달려온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일을 계속 하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알겠더라"고 미안한 마음을 비쳤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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