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2016년 9월 4일, 대구

'Daegu'(대구)가 세계인들이 통하는 관문이 되고 있는데, 바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에서 대회 관계자 및 관람객들이 속속 대구경북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묵고 있는 시내 주요 호텔 주변에 선수단과 외국인의 상가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 주요 유통업체 매상과 외국인 전용카지노 방문객, 면세품목 구매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대회가 시작되어 전 세계에 경기가 중계되면, 'DAEGU' 지역명이 천 번 이상 노출되면서 본격적인 파급 효과가 느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그 어떤 대회보다 훌륭한 경기 수준을 전 세계에 당당히 내보이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대구경북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노출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곳곳에서 이번 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억, 조 단위로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글로벌한 간접 홍보의 효과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홍보로 인해 미래 대구경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기 개최 5년 후 2016년 대구의 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볼까요? 경기 유치로 숨겨진 대구경북의 관광명소와 쇼핑 플레이스가 발굴돼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대회 개최로 인한 고용유발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외부 인구 유입과 도시 브랜드 제고로 인한 집값 상승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지역의 '장밋빛 미래'는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성공적인 대회가 진행된 후 가능합니다. 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지역민들이 적극 나서서 즐길 때, 대회는 흥행으로 이어집니다.

고가의 티켓을 구입해 의무적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유창한 외국어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해야 하는 등의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조직위는 입장권 가격을 1만원부터 저렴하게 책정해 부담 없이 대회 관람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특히 대구의 더위를 감안해 아침과 저녁시간에 경기 시간을 책정했는데요, 퇴근 후 선선한 시간에 가족 손을 잡고 즐기는 세계적인 경기 관람은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육상에 있어 취약한 종목이라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본 대회의 국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첫날 여자 마라톤팀을 주목해 주십시오. 여자 대표팀 5인 중 3명이 '대구의 딸들'입니다. 지난 3월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여자 국내 1위, 국제 3위를 차지한 에이스 정윤희를 필두로 입상을 노리고 있는데, 대회 첫날 기분 좋은 입상으로 대회 흥행의 불씨를 지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명품 대회를 만드는 명품 시민의식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대회 기간 중 선수단 및 가족 6천여 명, 외국인 관광객 1만5천여 명 등 총 2만 명가량의 외국인이 대구경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눈을 마주치고 친절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대구경북의 친절 이미지는 업그레이드됩니다. '무뚝뚝한 경상도'의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미소 한 번, 어렵지 않습니다.

교통문화도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벽 조깅 등의 운동이 일상화된 외국인들의 눈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대구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중교통 이용과 대회기간 중 2부제 참여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야겠습니다.

'맨발의 아베베'라는 애칭을 가진 에티오피아 육상 선수 아베베 비킬라는 "내 스스로의 고통과 괴로움에 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달렸을 때, 나는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외롭고 순탄치 않았던 지난 4년간의 준비 기간, 타 지역 국제행사와 비견되는 미비한 지원 등의 서운한 내용은 잠시 접어둡시다.

우리는 잘 준비해왔고, 대회의 성공적인 진행과 마무리로 모든 것을 말할 때입니다. 2016년 9월 4일,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대구경북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리 모두 즐겁게 이번 대회를 치러냅시다.

하춘수 DGB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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