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인생 열전

인생 열전/박영만 지음/프리윌출판사 펴냄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지만 뜻이 결여된 삶은 결코 숭고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유명인 60명의 생애를 통해 그들의 삶과 죽음과 묘비명이라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하나로 붙잡아 그 모순을 뛰어넘는 인간 실존의 궁극적인 모습을 형상화시키고자 했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죽은 다음 그의 서재에서 나온 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가 죽거든 내 뼈와 아내의 뼈를 함께 태워 재로 만든 다음, 그것을 뒤섞어서 정원에 뿌려 주길 바란다. 또 무덤의 묘비는 십자가나 또는 그 외의 어떠한 피의 희생을 상징하는 심벌의 형태가 되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자필 묘비명을 남겼다. "내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1832년, 작가 스탕달은 교황령 치비타베키아 영사가 되어 7년간 근무하면서 3권의 책을 더 저술하려 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1842년 59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인생을 마감했다. 그의 희망에 따라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마리 앙리 벨, 밀라노 사람, 그는 살고 쓰고 사랑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자신을 돌봐 준 유모에게 재산의 절반을 떼어 줄 것을 유언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 영혼아, 네가 포로가 된지 오래구나. 이제 네가 몸의 질곡으로부터 해방될 순간이 왔다. 나는 영혼과 신체의 이 분리를 기쁨과 용기를 가지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합리주의 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는 54년간의 인생을 마감했다. 샤뉘 대사는 그의 죽음에 대하여 묘비명을 이렇게 표했다. "인생에 만족하고 벗들을 고맙게 여기며 하나님의 사랑에 대하여 확신에 넘쳐서, 저 세상에 가서는 일생 동안 추구해온 진리를 발견하고 소유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고로 여기 이 철학자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349쪽, 1만6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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