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집단의 리더거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때때로 사람은 단 25초 만에 리더를 알아보고, 자신을 리더가 아닌 '따르는 자'로서 규정하기도 한다. 조직을 이끄는 자와 따르는 자는 어떻게, 무슨 근거로 결정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두뇌에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이라는 행동본능이 내장돼 있으며, 따라서 본능적으로 누군가는 이끌고, 대다수는 추종하는 조직 구조가 유리한 행동임을 안다고 말한다. 인간이 스스로를 리더와 팔로어로 규정하고, 이 시스템 속에 들어가는 것은 수백만 년간 진화를 통해 선택한 '행동본능'이라는 것이다.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기업이나 정치조직, 군대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 혹은 범죄집단이나 종교단체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에도, 멋대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인터넷 토론방에서도 리더와 팔로어 관계는 존재한다. 이처럼 도처에 편재하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에 대해 지은이들은 "이는 집단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수백만 년을 동안 생존경쟁을 하면서 인간은 누군가를 따르도록, 또 누군가는 리더의 역할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는 것이다.
집단에는 리더가 필요하고, 팔로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본능처럼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존재는 스스로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권력을 장악하고, 돈과 지위, 번식 등 모든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는 소수이고, 다수는 팔로어로 자신을 규정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가 리더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어째서 팔로어가 되는 것일까.
책은 '원시생활 때부터 개체는 혼자일 때보다 무리를 지을 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무리를 구성하면 리더가 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하고, 무리에서 리더가 될 수 없는 구성원은 무리를 떠나 홀로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나 고립보다는 집단생활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리더가 되지 못한 다수는 '다수 속의 안전'을 깨닫고 외톨이보다 팔로어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스스로 팔로어 즉 '따르는 자'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개인이 무기력하게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따르는 자'들은 집단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탐욕스러운 리더를 통제하려는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만들어냈다. 인간사회에서는 험담, 공론, 풍자, 불복종과 극단적으로는 암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리더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갖가지 전략을 사용해 '따르는 자'들을 통제하고 압박한다.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세계 각지 문화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리더의 자질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리더의 미덕이 인간 본능에 하나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책은 리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빅맨'(Big Man)을 제시한다. 빅맨은 인류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시시대 소규모 부족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용어로, 큰 키와 다부진 턱, 관대하고 용맹한 성격, 카리스마와 언변을 갖춘 이상적 리더를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물론 '빅맨'의 특성은 진화과정에 있다. 두 지은이는 "지금은 원시시대가 아니다. 사바나의 영웅은 조직의 생사를 결정짓지만, 현대의 리더들은 자신 역시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 기능하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때가 많다. 따라서 영웅적 리더십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빅맨'이 100명 혹은 200명에 이르는 구성원들을 일일이 지시하던 원시사회가 아닌 만큼 현대사회에서는 조직을 나누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질서와 규칙을 통해 통제하는 능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은 다르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리더의 유형도 다르다. 그럼에도 나쁜 리더십은 여전히 번성한다. 리더라고 뽑아놓고 보니 '힘센 악당'인 경우가 많은 것은 나쁜 리더를 걸러낼 역량이 구성원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책은 리더든 팔로어든 자신이 속한 조직의 특성과 그에 맞는 리더십과 팔로어십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끄는 자'는 물론이고 '따르는 자들' 역시 쓸모없는 혹은 나쁜 리더를 배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352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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