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심리학의 논쟁점』(제임스 쿠클린스키 편, 1998, 캠브리지대학 출판부)
Thinking about Political Psychology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렵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새' 신발은 일정 기간 동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비로소 '내' 신발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수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안전하고, 나아가 행복한 삶일지도 모른다. 설사 그것이 잘못된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다고 해도 그렇다. 언제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를 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대신 내 생각에 맞는 정보를 원하고, 그것들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누구를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소통과 공감은 누구에게 해당되는 말인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25.7%의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되고, 전면 무상급식이 계속되게 되었다. 실망스러운 것은 저조한 투표율이다. 이번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에 대한 '착한 거부'라고 틀짓기한 멋진 작명이 성공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의 장래를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소통과 공감, 생각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대화의 불통과 무관심, 자기만의 생각의 고수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은 '25.7'이라는 숫자가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생각, 마음, 심리가 있다. 그래서 정치(학)은 심리(학)이다.
제임스 쿠클린스키 교수가 편집한 '정치심리학의 논쟁점'은 정치심리학의 쟁점들을 정리한 책이다. 여러 일급 학자의 글을 모아 놓은 이 책에는 '정치 심리학'인지 아니면 '심리학적 정치학'인지에 대한 학제의 성격에 대한 논문부터 '누가 누구를 설득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한 논문까지 소통과 공감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연구결과가 빼곡히 모아져 있다.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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