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요즘 신문을 보면 겁부터 납니다. 연일 물가는 오르고 미국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주가는 폭락하고 실업률이 오르고 언론은 미래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한국뿐 아니라 여기 캐나다에도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바로 옆 이웃나라 미국의 경제 영향력 아래 있는 국가로서 경제 전반에 받는 영향은 엄청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격변하는 세계 경제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 어떤 예상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입니다. 이곳에서도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기름값도 매주 최고가를 경신합니다.

2년 전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한국에서 살 때보다 적은 생활비로 한 가족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식료품과 각종 생필품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했고 아파트 관리비와 사교육비도 들지 않았습니다. 기름값도 한국보다 쌌고 스포츠센터 이용료도 한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처음 생활비는 예상보다 적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한국 수준 이상으로 생활비를 쓰고 있습니다.

고기값이 싼 대신 야채값은 비싸고 공산품 가격은 싸지만 제품의 질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데 삼성이나 LG 제품은 고가라 사용해보지도 못 합니다. 기름값이 싸다고 해도 이동 거리가 한국의 두세 배를 초과합니다. 또한 서비스요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간단한 전기부터 각종 수리를 요청할 경우 10만~20만 원은 우습게 나갑니다. 몇 달 전 자동차 트렁크 문이 고장 나 견적을 요청했더니 부품비 40만 원에 인건비 40만 원을 요구하더군요. 한국 같으면 하루 만에 간단히 고칠 것을 이곳에서는 예약하고 수리하느라 1주일은 그냥 지나갑니다. 결국 수리비가 너무 비싸 아직도 고치지 못한 채 그냥 지내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웬만한 수리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이제는 웬만한 것은 혼자 고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답니다. 그런데 직접 수리하는 데도 걸림돌이 있습니다. 수리에 필요한 공구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 점이지요.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뒷마당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배관업자에게 견적을 요청했더니 인건비 20만 원에 재료비 별도라는 견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고쳐보기로 하고 부품을 샀습니다. 수도관을 자르는 도구와 다시 연결하는 도구 이것저것 공구 구입비로 20만 원을 썼습니다. 인건비 아끼려고 하다가 결국 저렴하지도 않은 공구 구입비에 돈은 돈대로 쓰고 제가 직접 고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뒷마당의 수도꼭지를 수리하느라 매달렸습니다. 마당에 물이 뿜어져 나오니 아들 녀석이 자기가 도와줬다며 생색을 내더군요. "내가 고쳤다"고 소리치며 좋아하는데 물가를 걱정하는 아빠의 속은 안중에도 없는 녀석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자동차 보험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무사고로 보험료를 40만~50만 원 정도 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한 첫해에는 200만 원가량을 지불했습니다. 지금은 할인을 적용받아 130만 원 정도를 내지만 여전히 한국에 비해 비쌉니다. 하지만 수리비를 생각하면 무조건 가입해야 합니다. 간단한 접촉사고라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수리비가 나오니까요.

가계에 막대한 부담을 느끼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재산세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개인주택의 경우 1년에 400만~500만 원을 재산세로 내야 합니다. 시간당 1만 원(10달러)의 최저 임금으로 주 40시간 4주간 일했을 경우 160만 원(1천600달러)을 받습니다. 여기에 세금 및 각종 공제 후 약 110만 원(1천100달러)을 받는다면 재산세 비중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겠지요.

자리를 잡지 못한 이민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과 또 각종 정부 보조금과 자녀 양육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자동차와 집 보험료와 세금을 지불하면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물가는 한국을 초월한다는 결론이 나오지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모두 다 좋을 수는 없겠지요. 또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전략적으로 살아간다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펼쳐질 거라고 믿어 봅니다.

khj09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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