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진짜 한국 음식 먹으면 안 될까요?"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202개국 선수'임원 3천500여 명은 선수촌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뷔페식인 메뉴는 매끼 50여 가지가 마련되며, 한 끼 영양분이 일반인 권장치(2천500㎈)의 두 배가 넘는 5천500㎈에 이른다. 선수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한 끼 식사의 가격은 2만5천원이나 된다. 3천500명이 평균 일주일씩 머물면서 하루 3끼(한 끼 당 2만5천원)를 먹으면 밥값만 18억원이 넘는 셈이다.
하지만 이 '호화 밥상'을 마다하는 선수들도 있다. 바로 한국대표 선수들이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일부 한국선수들이 한식 백반 형태로 제공되는 운영요원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뷔페식 메뉴가 '덜 맵고 덜 짜다'는 이유였다. 운영요원 식당 역시 선수'임원식당과 마찬가지로 대회 공식 지정 호텔인 인터불고호텔에서 준비하지만 1식3찬과 국'찌개만 나오는 '평범한 상차림'이다. 가격도 7천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선수촌 본부는 이에 따라 식중독균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파견 나와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위생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만큼 선수들의 운영요원 식당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무료다. 선수촌 한 관계자는 "뷔페 메뉴에도 한식이 포함돼 있지만 아무래도 반찬이 다양하지는 않다"며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식당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뷔페식 식당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또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선수들이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중인 27~30일에는 이들에게 중동 현지에서 공수해온 '할랄'(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 도시락을 제공한다.
선수촌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일부를 개조한 2천300㎡ 규모의 식당은 1천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식당은 아침(오전 5시~11시), 점심(낮 12시~오후 5시), 저녁(오후 5시~오전 2시)으로 나눠 20시간 운영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24시간 개방돼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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