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리기·체조 등 선행학습, 몸에 익힌 기술 필드서 발휘

농구 덕분에 스피드와 점프력을 길렀다는 필립스 아이도우
농구 덕분에 스피드와 점프력을 길렀다는 필립스 아이도우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신체적 조건만큼이나 개인 기술이 성적을 좌우하는 필드 종목은 다른 운동을 하다 전향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몸에 익혀둔 기술을 필드 종목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기 때문.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멀리뛰기 종목에서 3차례나 정상에 오른 드와이트 필립스(34'미국)는 어린 시절 촉망받는 단거리 선수였다. 100m 최고 기록이 10초00으로 한국기록(10초23)보다 빠르다. 단거리 연습을 통해 다져진 빠른 속도가 멀리 뛸 수 있는 추진력을 더해준 것. 필립스는 대학시절 세단뛰기를 거쳐 멀리뛰기로 주력 종목을 바꿨다.

세단뛰기에서 사상 최초로 입상을 노리고 있는 김덕현 역시 유년시절 단거리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단거리와 중'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뛰다 고교에 입학하면서 멀리뛰기로 전향했고, 이듬해 세단뛰기도 시작했다.

16년째 깨지지 않은 세단뛰기 세계기록 달성이 목표인 필립스 아이도우(33'영국)는 농구 덕분에 스피드와 점프력을 길렀다. 가난한 환경 때문에 런던 시내를 항상 뛰어다녔고, 초등학교 시절 시작한 농구로 탄력을 키웠다.

올 시즌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8을 기록해 시즌 1위에 오른 이반 우크호프(25'러시아)도 7살 때부터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35cm를 뛰어넘어 우승한 도날드 토마스(27'바하마)도 농구 선수 생활을 하다 주변의 권유로 높이뛰기로 전향한 경우다.

공중에서 안정적인 자세가 중요한 장대높이뛰기의 경우 체조가 약이 됐다. 세계신기록을 27번이나 경신한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는 다섯 살 때부터 10년간 러시아의 '체조 꿈나무'였다. 그러나 15세가 되면서 키가 174㎝까지 자라면서 체조에서 장대높이뛰기로 방향을 틀었다. 장대높이뛰기의 경우 주로 체조 연습을 통해 공포심을 이기고 유연성을 길러 공중 자세를 교정한다. 이신바예바는 남들보다 선행학습을 한 셈이다.

대구체고 신춘우 교사는"필드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는 대부분 단거리 능력이 뛰어나거나 어릴 때 배운 운동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경우"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과거 운동 경력의 도움을 받은 깜짝 스타가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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