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는 왜 '육상의 꽃'으로 불리나.
100m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로,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신체 능력을 겨루는 경기다. 육상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종목도 직선주로를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을 선발하는 경기였다. 고대올림픽에서도 1회부터 12회 대회까지는 1스타디온(Stadion'약 192m)을 달리는 단거리만이 유일한 정식 종목이었다. 스타디온을 왕복하는 중거리(약 384m) 경기는 13회 때 생겼고, 14회부터 스타디온을 열두 번 왕복하는 장거리(약 4.6㎞)가 생겼다. 창던지기나 원반던지기 등도 18회 대회에 가서야 포함됐다. 다른 종목이 추가된 이후에도 스타디온 경주의 우승자는 최고 대우를 받았다. 이미 고대부터 '가장 빠른 인간'이 '가장 위대한 신체 능력'을 지닌 인간으로 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100m는 직선주로에서만 펼쳐지는 스피드 경기로, 아주 짧은 순간 끝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관중 입장에선 가장 몰입도가 큰 종목이다. 제아무리 육상 팬이라도 2시간이 넘는 마라톤 중계를 100m와 같은 집중력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 결선에서 초당 10.3m를 날아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보통 50~60m 지점에서 초당 12m 정도로 최고 속도를 낸 뒤 이후 속도가 떨어진다. 다시 말해 관중의 시선이 최고 속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 4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100m 레이스를 펼치는 짧은 순간에도 '튀는' 선수가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3, 4초의 짧지만 강렬한 감정 이입을 통해 빠른 인간을 동경하는 관중이 선수들에게 급격히 동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100m 출발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시간 동안 관중은 충분히 몰입할 준비기를 거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는 배가 된다.
여기에다 관중이 직선주로에서 한눈에 선수들의 레이스를 볼 수 있는 것도 100m의 매력이다. 곡선주로와 직선주로에 대한 계산 인식 없이 시각이라는 원초적인 감각만을 사용하고도 충분히 몰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선수들 역시 곡선주로에서 직선주로로 빠지며 가속을 높이는 기술적 고려 없이 순수하게 뛰는 행위에만 몰두할 수 있다. 고대올림픽의 단거리 종목인 스타디온 역시 거리상으로만 보면 현재의 200m에 가까웠지만 직선주로였다. 따라서 선수들의 경기 방식이나 관중의 시선 이동 등은 현재의 100m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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