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회 초반 기록 흉작을 보이면서 '세계기록 없는 대회'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대회 이틀 동안 전체 47개 중 8개 종목에서 금메달 주인공이 결정됐지만 세계 기록은커녕 지난 대회 기록에 근접하는 기록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대회 초반 기록 저조
최대 하이라이트인 남자 100m에서 1위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10초대의 부진한 기록을 보였다.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는 9초92를 기록, 세계기록인 우사인 볼트의 9초58에 한참 뒤지는 것은 물론 평범한 국제 대회의 우승 기록에도 못 미치는 부끄러운 기록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볼트가 결선에서 부정 출발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2009년 베를린 대회의 4위와 비슷한 기록(9초93)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여자 10,000m에서 비비안 체루이요트(케냐)가 30분48초98의 기록으로 제일 먼저 골인했다. 이는 29분31초78(왕쥔샤'중국)의 세계기록과 30분04초18(베르하네 아데레'에티오피아)의 대회기록에 훨씬 못 미친다. 남자 10,000m에서 우승한 이브라힘 제일란(에티오피아)의 기록(27분13초81)도 세계기록보다 1분여 늦다.
로드 레이스는 더욱 큰 기록 차를 보였다. 첫 금메달인 여자 마라톤의 우승 기록은 2시간28분43초(키플라갓'케냐)로 세계기록엔 13분, 대회기록보다 8분 더 늦다.
필드 종목인 도약과 투척도 부진했다. 여자 멀리뛰기에서 미국의 브리트니 리즈는 6m82를 뛰어 금메달을 땄지만 세계기록과 대회기록에 각각 70cm, 54cm씩 모자란다. 여자 원반던지기에서도 중국의 리 얀펑이 세계기록에 10m나 뒤진 66m52로 우승했다.
◆흐리고 다습한 날씨와 스타들의 불참
기록이 저조한 이유는 우선 날씨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로드 레이스 경기가 있던 오전의 흐리고 다습한 날씨와 트랙 결선이 진행된 오후의 선선한 날씨가 경기력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요즘 대구 날씨가 로드 레이스에는 너무 습도가 높고 트랙경기에는 쌀쌀해 근육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기록 부진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게다가 부상과 다른 대회 준비를 이유로 신기록을 낼만한 선수들이 불참한 것도 기록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100m에서 올해 최고 기록을 가진 아사파 파월과 지난 세계선수권 2위인 타이슨 게이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도 시즌 최고 기록을 자랑하는 케냐의 케이타니가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남은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남은 대회 기간 동안 흐리고 비가 올 가능성이 큰데다 부상과 다른 대회 준비 등으로 스타 선수들이 빠진 경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자 마라톤의 세계 기록보유자 하일레 게브라셀라시에(38'에티오피아)는 9월 베를린 마라톤대회 출전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고, 지난 베를린 대회 남자 높이뛰기 챔피언인 야로슬로브 리바코프(31'러시아), 400m의 우승 후보 제러미 워리너(27'미국), 남자 세단뛰기 역대 3위 기록 보유자 테디 탐고(22'프랑스) 등이 모두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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