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류마티스 질환-(10)원인 및 증상

유전'흡연 등 주요 원인…첫 증상은 관절 뻣뻣함, 아침에 심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손가락 관절 마디에 결절이 생겼다.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손가락 관절 마디에 결절이 생겼다.

올해 불혹인 가정주부 김 씨는 석 달 전부터 피로감이 심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해서 아이들 등교 준비가 힘들어졌다. 최근 들어 증상이 더 심해졌다. 양쪽 손목 관절과 근위지관절(손가락 및 발가락의 가운데 관절)도 부었다가 오전 10시를 넘어서야 좋아졌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친구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면역세포가 관절내 활막을 공격

대부분 류마티스 질환이 그러하듯 유전적 원인이 있는 사람에게 환경적 문제가 더해져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꿔 말하면 유전적 이유가 있다고 해서 모두 류마티스 질환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뜻. 부모가 당뇨나 고혈압이 있을 때 자녀도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당뇨나 고혈압이 올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과 마찬가지다. 유전적으로 설명되는 경우는 60% 정도.

흡연자에게 2배 정도 더 많이 발병한다. 담배 성분과 체내 요인이 서로 반응해 병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으로 금연을 권한다. 또 여성에게 많은 점으로 미뤄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싼 얇은 막인 활막에 생기는 병이다. 원래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세포가 자기 관절 중에도 활막을 스스로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렇게 공격을 받은 활막은 염증 때문에 두꺼워지면서 덩어리를 형성한다. 두꺼워진 활막세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나쁜 물질이 나오고 다른 면역세포와 염증세포를 모아 병이 진행된다.

결국 주위 연골을 파괴하고 관절 주위의 뼈도 손상시켜서 관절 기능을 잃게 만들고 심지어 변형까지 일으킨다. 이런 변화는 증상 시작 후 2년 내에 60~70%가 진행되고 이후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극 조절해야 한다.

◆아침에 뻣뻣하면 의심해야

대부분 몇 주부터 몇 달간 서서히 시작된다. 급성으로 오는 경우는 약 10%. 관절 이상을 알리는 첫 증상은 뻣뻣함.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심해진다. 이를 '조조강직'이라고 부르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의 대표적 증상이다.

뻣뻣한 상태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게다가 염증이 많이 발생할수록 조조강직 시간이 길어진다. 이 때문에 아침에 관절이 뻣뻣한 시간은 염증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판단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증상이 나타나는 관절 수는 다양하다. 처음 한 개나 2~4개 관절에서 나타날 수 있고, 점점 5개 이상 관절을 침범하는 다발성 관절염이 된다. 피로감, 미열, 체중감소 등이 생길 수 있고, 관절 증상 전에 이런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느 관절에나 올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흔히 오는 관절은 손가락 두 번째 마디와 손목, 어깨, 팔꿈치, 무릎, 발목 관절에 잘 생긴다. '원위지 관절'이라 부르는 손끝마디에는 잘 오지 않는다. 손끝마디에 오면 골관절염을 생각해야 한다.

목뼈나 허리뼈 등 척추에는 활막이 없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잘 침범하지 않는다. 그러나 1, 2번 목관절은 활막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다. 대부분 목이나 허리 통증은 다른 관절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안구, 폐 등에도 증상 생겨

관절 파괴가 시작되기 전, 즉 활막 염증만 있다면 항류마티스 치료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절 파괴가 생기면 되돌릴 수 없다. 관절 파괴는 염증 세포에서 나오는 물질 때문에 연골이 소실되고 연골 주위의 뼈까지 파괴한다.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도 반응이 없다면 관절 과피가 생겼다는 뜻이다. 연골이 손상되면 방사선 사진에서 관절 사이 공간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주위 뼈까지 손상됐다면 '미란'이라는 미세한 뼈 조각이 관절 사이에 떠다니는 것이 방사선 사진에서 보인다.

관절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있다. 먼저 환자의 20% 정도에서 '피하 결절'이 생길 수 있다. 외상을 잘 받는 팔꿈치에 주로 생기며, 손과 발, 무릎 등 압박을 잘 받는 부위에도 흔히 생긴다. 드물지만 폐, 심장 등 내부 장기에도 결절이 생긴다.

눈이 뻑뻑하고 모래가 낀 것 같다는 안구건조증은 가장 흔한 안구 증상이다. 또 늑막염, 폐결절, 간질성 폐질환 등 폐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흡연자이거나 흡연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잘 온다. 폐질환은 한번 생기면 좋아지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매년 흉부 사진을 찍는 편이 좋다.

말초신경염도 흔하다. 활막이 커지고 관절이 부어서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는 경우, 엄지부터 약지까지 저리는 증상이 생긴다. 1, 2번 목관절에 활막염이 오면 고개를 숙일 때 불편함이나 두통, 손저림이 올 수 있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진단 가능

'류마티스 인자'는 가장 흔한 검사 중 하나로 1950년대부터 해 왔다. 하지만 제한점도 많다.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류마티스 인자가 있는 사람 100명 중 환자는 3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이미 병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류마티스 인자의 수치가 높으면 병이 더 심할 가능성이 있고, 관절 외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10년 전부터 도입된 '항CCP 항체' 검사는 훨씬 유용하다. 항CCP 항체가 양성인 사람 100명 중 80명이 환자로 나타난다.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생기기 몇 년 전부터 체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도 쓰인다.

초기엔 방사선 검사를 해도 진단이 어렵다. 연골이 닳아서 관절 사이가 좁아지거나 뼈까지 진행됐을 때 알 수 있다. 초음파나 MRI를 통해 초기 활막염을 알 수 있지만 아직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비용 부담이 있다.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은 한두 가지 검사로 안 된다. 환자의 병력, 진찰 소견, 혈액 검사, 방사선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미국 류마티스학회가 1987년 진단 기준을 개정하여 최근까지 사용해 왔고, 지난해 기준을 새롭게 바꾸었다. 활막염이 있는 관절의 개수,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 항체의 유무, 급성 반응 물질, 증상의 기간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 =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 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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