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인들의 경기 참관기] 2)박우현 시인이 본 남자 10종경기

"백문불여일견" 스포츠 축제 즐기자

육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 육상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수렵 시기에 인류는 짐승을 잡기 위해 달리고, 뛰고, 장애물을 뛰어넘고, 돌과 창을 던졌을 것이다.

그 뒤 많은 스포츠들이 새로 생겨났지만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육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국'영'수 과목을 '도구교과'라고 하는 것처럼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도구과목'이다. 즉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원형과 뿌리일 것이다.

이런 육상의 대제전(大祭典)이 바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처음에는 4년마다 열렸으나 지금은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3번째로 대구에서 제13회 대회가 열리고 있다. 9월 4일까지 9일간 지구의 축제로 진행될 것이다.

이 대회를 월드컵축구와 비교해보고 싶다. 물론 재미로만 본다면야 월드컵의 인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하나 그 인기 뒤에 감춰진 지나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부작용을 간과하기 어렵다. 세계육상대회는 그런 부작용은 훨씬 적은 것 같다. 국가나 집단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고,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은 그 어떤 것보다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감동을 주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대구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생애에 있어 행운일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짬을 내어 이번 스포츠 축제를 즐겨보심이 어떠하리요?

8월 27일 오전 9시 여자마라톤이 치러졌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출발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 케냐의 키플라갓 선수가 47개 금메달(남자24개'여자 23개) 중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웅장하고 최첨단시설로 무장된 경기장에서는 원반던지기(여), 3000m장애물(여), 장대높이뛰기(여), 남자10종경기, 100m(남), 멀리뛰기(여) 등의 예선전이 벌어졌는데 결선 못지 않은 긴장감과 박진감이 있어 볼만했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종목은 남자 10종경기였다. 육상에서의 철인경기라고 보면 되겠다. 1일차는 100m,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5종목을 치르고 2일차는 110m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5종목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다. 무려 10개 종목의 합으로 순위를 정하니 이 종목 우승자야말로 진정 육상의 왕자(王者)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지구촌 80억 시청자들에게 대구가 소개될 것이다. 대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으리라. 지금까지 우리는 대구의 강점과 장점을 적지 않게 보여주었지만 근래 대구의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었다. 심하게는 '꼴통보수'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한다고 화만 낼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그런 이미지로까지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진정 변할 때가 된 것 같다. 변하지 않고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신공항이나 과학벨트 유치 실패의 좌절감에서 벗어나 좀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세계 속의 도시가 될 수 있기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일단 경기장에 한 번이라도 나가보는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시 백문불여일견이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시인·원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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