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리 사회에도 존경받는 부자가 더 많아지기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 사재 5천억 원을 해비치문화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이번 기부는 정 회장이 지난 2007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되자 2013년까지 8천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키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1천500억 원을 이 재단에 출연했었다.

정 회장의 기부는 우리나라 부자들 사이에서도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나눔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 나서는 미국과 유럽의 부자들을 우리 국민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왜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부자들이 없는지 답답해했다.

우리는 5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서구가 20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성취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옆을 돌아다보지 못했다. 그 결과 산업화'근대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일이다. 그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틈새를 메워야 할 책무는 바로 우리 경제 체제에서 혜택을 받은 부자들에게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또 이들의 기부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건이 터졌을 때 여론 무마용으로 제시된 것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개인 돈이 아닌 회사돈으로 이뤄진 경우도 많다.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을 계기로 부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개인 돈으로 기부하는 선행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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