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3번 출입구. 우사인 볼트가 출전하는 남자 100m 결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모(29) 씨가 금속탐지기 앞에 섰다. 주머니 속 소지품과 가방을 경찰'보안요원에게 맡기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다. 문제는 가방 속 소지품. 휴대용 아이스박스에서 과일과 함께 반입 금지 품목인 한 뼘 크기의 과도가 발견된 것. 이 씨는 "칼은 보관함에 맡겨뒀다 찾아가라"는 경찰의 지시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홍보 부족 등으로 반입 금지 품목을 갖고 오는 관람객이 적지 않아 대회 보안관계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개회식이 열렸던 27일 하루 동안 적발된 반입 금지 물품만 해도 경기방해물품 247개, 인화성'폭발물류 51개 등 298개에 이른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적발된 물품의 70%는 소주'맥주 등 주류였다. 휴대용 칼과 부부젤라 등 시끄러운 응원도구도 상당수 발견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총포'도검류, 폭발물'화약류 등 ▷승인을 받지 않은 음식물 ▷부부젤라, 호각 등 소음 발생 도구 ▷상업적 목적의 물품 등에 대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입장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4, 5번 출입구에 각각 경찰'민간 경비원'자원봉사자 등 30여 명을 배치하고 입장객의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다. 적발된 물품은 따로 보관해둔 뒤 경기장을 떠날 때 되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과도 등과 달리 주류를 찾아가는 관람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는 반입이 금지된 물건이라도 현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 장면을 녹화, 전송할 수 있는 IT 기기도 반입이 금지돼 있지만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허용하기로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운영에 지장을 주거나 위험하지 않으면 소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른 관중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대형 국기나 응원도구는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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