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앞 지하보도. 신문지를 깔고 계단에 앉아 오가는 시민들을 힐끔 쳐다보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 여성 한 명이 관중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에게 다가갔다. 뭔가 말을 거는가 싶더니 남성들은 육상대회 티켓을 여성에게 건네고 만원짜리 서너 장을 챙겼다. 경기가 끝난 오후 10시 한 외국인이 '표 삽니다'(Buy Ticket)라고 적은 팻말을 든 채 귀갓길을 재촉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티켓을 사려고 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입장권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암표상이 활개를 쳐 대회 조직위와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입장권을 팔고 돈을 챙긴 한 남성은 "암표상들이 야구장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국제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에도 있어서 놀랐다"며 "나는 날씨도 덥고 흥미로운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티켓을 팔았을 뿐 암표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암표상들은 스타디움 앞 지하보도와 셔틀버스 승강장, 입장권 판매소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싼값에 표를 사서 비싼 값에 되팔아 이윤을 남기고 있었다.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만난 한 암표상은 "1만원짜리 입장권의 경우 5천원에 사서 2만원에 되판다"며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서 암표를 구하려는 관중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벌이가 시원찮다"고 했다. 다른 50대 암표상은 "평소에는 야구장에서 암표를 판매하는데 대구에서 경기가 없는 날에는 스타디움으로 원정 나오는 암표상이 많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지하차도와 매표소 등지에서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암표상들이 자칫 대구의 이미지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경기장 자원봉사자 정모(28) 씨는 "외국인들이 버젓이 보고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암표를 팔고 있다"고 했다.
시민 최모(44) 씨는 "암표상에게 표를 넘기면 그대로 사표(死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번거롭더라도 직접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해야 육상대회가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 한 관계자는 "개막식 때부터 암표상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경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순찰하고 있다"며 "자칫 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만큼 순찰 활동을 강화해 암표상들을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29일 오전까지 44만4천93장의 입장권이 판매돼 97.8%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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