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빨간 티셔츠, 봉사자가 안보여요"…셔틀버스 못찾아 갈팡질팡

29일 경기 후 외국인 관광객, 보다 못한 시민들이 도와줘

29일 오후 10시 대구스타디움 앞 매표소 근처에서 스리랑카 관람객들이 셔틀버스 방향을 몰라 헤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9일 오후 10시 대구스타디움 앞 매표소 근처에서 스리랑카 관람객들이 셔틀버스 방향을 몰라 헤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9일 오후 10시 대구스타디움 매표소 앞. 경기가 끝난 후 서둘러 귀가하려는 관람객이 쏟아져 나왔다.

인파 속에는 중국 국기를 든 단체 관람객, 자메이카 국기를 옷처럼 걸친 관람객 등 수십 명의 외국인들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통역 지원 봉사자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푸른색' 옷을 입은 경기장 안내 봉사자들이 셔틀버스 안내 푯말을 들고 서성거릴 뿐이었다. 외국인 관람객 대다수는 한글로만 적힌 자원봉사자들의 셔틀버스 안내판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두리번거렸지만 이들에게 선뜻 다가서는 봉사자들은 없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는 외국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통역 인력이 부족해 경기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무료 셔틀버스 정거장 일대에서 이들을 도울 통역 봉사자가 없어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육상대회 통역 자원봉사자는 조직위 1천585명, 대구시 370명 등 총 1천9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셔틀버스에 배정된 통역 봉사자는 19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조직위 측에서 지원하는 봉사자들은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각 지하철 역에만 배치돼 있어 스타디움 앞 탑승장소에는 통역 인력이 전무한 실정.

이 때문에 경기 관람을 마친 외국인들은 스타디움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거나 경기장 근처에서 한두 시간 헤매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경기 종료 후에는 3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지리에 밝지 못한 외국인 관람객들은 곤욕을 치러야만 한다. 시민 정모(64) 씨는 "경기가 끝난 후 숙소가 있는 달서구 상인동까지 가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었지만 이를 도와주는 봉사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다 못해 서툰 영어로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장에서만 자원봉사할 게 아니라 이들이 무사히 귀가할 때까지 도와주는 게 참봉사"라고 했다.

외국에서 온 관람객들은 경기장 내부뿐 아니라 셔틀버스 정거장에도 통역 자원봉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메이카 팀을 응원하기 위해 28일 대구를 찾은 노블렛(38'여) 씨는 "어제 처음 경기를 보고 숙소까지 가려고 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1시간가량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며 "셔틀버스가 어디로 향하고 하차 지점에서 어떻게 해야 숙소까지 갈 수 있는지 전혀 몰라서 답답하고 무서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셔틀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통역요원들을 일일이 배치할 만큼 인원이 충분치 않아 안타깝다"며 "각 정거장에 자원봉사자들과 공무원들을 배치한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해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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